귀족 그만두고 서민이 되겠습니다/17. 연말연시

바람도 안 부는 상쾌한 겨울 날, 연말 대청소라는 듯 자기자신을 다듬고 꾸미는 언니들을 곁눈질하며 나도 시녀복같은 옷을 입고 저택을 대청소할 때 전력으로서 분투하고 있었다.

스스로 하인들과 같이 청소하는 귀족같은 건 있지 않겠지. 내가 배운 내용으로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릴 적부터 저택의 대청소할 때 자연스럽게 청소하라고 지시를 받아서 하고 있다. 찾다 보면 누가 지시를 내리고 있는지는 알 수 있겠지만 긁어서 부스럼만 나올테니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자기가 지내고 있는 장소를 깔끔하게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청소하는 것이 꺼려지지 않는다. 언제나 내 방을 청소하는 것의 연장선이다. 거기다 걸레질은 시키지 않고 있으니까.

대충 청소가 끝나면, 달성감이 차오른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평민이구나 라고 생각한다. 남은 건 신년 장식을 달고 끝이다.

매년 마지막 날에 가족 모두가 '새해 맞이 무도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왕궁으로 외출한다. 언니들은 평소보다 기합이 들어갔다.

자정에 새해를 맞이하면 왕족의 모든 분들에게 귀족은 새해인사를 한다. 전하와 중전마마는 물론이고 왕자들도 나란히 서 있는다 한다. 왕자들은 꽤나 미남이라고 한다.

한창 때의 소녀들의 기대감이 오르는 건 당연하다. 귀족연감의 초상화로 봐도 잘생겼다고 알 수 있을 정도인 걸. 원래라면 나도 왕족분들에게 인사를 해야만 하지만 심한 감기에 걸려 있어서 결석한다고 되어 있다. 이건 매년 그래왔다.

저택 안의 하인들도 일부를 남기고 '새해 맞이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 거리로 몰려 나간다. 재잘스러운 시녀의 이야기를 귓동냥으로 들으면 포장마차가 많이 열려있고 거리에는 새 나들이 옷을 입은 인파로 바글바글하다는 듯하다. 약간 흥미가 생기지만 감기가 걸려있는 나는 물론 저택에서 나가는 건 금지다.

새해를 맞이함과 동시에 커다란 불꽃이 터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퍼져 온다. 저택 안에 있어도 들릴 정도니까 꽤 시끄러운 소리이겠지. 안타깝지만 소리만 들리고 불꽃은 볼 수 없지만.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불꽃 소리가 들리면 서로 보며 새해 인사를 나눴지만 올해는 나 혼자서 내 방에 있다. 캐서린 언니에게 받은 간직해둔 캐러멜의 향이 나는 홍차를 자신을 위해서 끓였다.

"새해를 맞이하며 건배"

티컵을 살짝 들었다.

밤새 '새해 맞이 무도회'가 진행되기 때문에 가족 모두가 돌아올 때는 활짝 날이 밝아진 시간이였다. 마중하는 시간에 나는 모두와 새해맞이인사를 한다. 홍자를 다 마시고, 나는 침대에 누웠다.

가족을 마중하기 위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어떤 긴장감 탓일까, 아직 해가 뜨기 전에 나는 눈을 떴다. 내 방은 저택의 가장 동쪽에 있다. 가장 처음으로 해를 맞이하는 방이다. 눈부신 석양이 닿는 방보다는 좋은 거라고 생각하지만 객실로서는 어떠려나. 늦잠자는 것이 어렵겠지.

색이 바랜 커텐을 연다. 의자를 창가에 가지고 와 해가 뜨는 것을 나는 기다렸다.

"와~, 예쁘네"

하늘에는 옅은 구름이 슬쩍 있을 뿐, 연보랏빛 하늘이 차차 밝아진다. 정말 멋진 첫날 아침이다. 뭔가 좋은 징조같네.

물려받은 드레스 중에서도 새해 첫날에 어울릴 다소 고급스럽게 보일 옷을 골라 입었다. 나는 기분좋게 무도회에서 아침에 돌아오는 가족들을 하인들과 같이 현관에서 마중한다. 슬쩍 본 가족들은 밤새 무도회에 있던 탓으로 초췌해서 "저렇게 피곤해지면 나는 안 가서 다행이네"라고 생각하기 충분했다.

"새해, 축하드립니다."

"어~ 새해 축하한다."

"새해 축하한다."

"아~ 새해 축하한다"

"옛, 새해 축하합니다."

"하~암, 새해 축하한다."

순서대로 우리들, 아버지, 플로레님, 오라버님, 캐서린언니, 로자리언니다. 이렇게 현관홀에서 인사하며 새해의 인해는 끝났다.

"나는 잠깐 자겠다. 모두 올해도 잘 부탁한다."

아버지의 말을 신호로 해산한다.

역시 새해부터 바쁘게 무언가를 하는 것도 없다. 사람도 적기에 나는 조리장에서 자신의 아침식사로 먹을 오믈렛을 만들어 천천히 내 방에서 아침식사를 먹었다. 그 후에 입김이 새하얘진 가운데, 정원을 산책하며 지낸다. 몸이 얼걸같은 추위인데 조마조마한 들뜬 마음을 달래기위해서 차분하고 우와하게 나는 돌아 다녔다.

그리고 아버지가 기상하여 늦은 아침식사를 드시고 집무실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내가 방문한다고 미리 알리는 전언을 시녀에게 부탁한다. 잠시 귀찮다는 듯한 얼굴을 하지만 거절당하지 않았다. 다행이야. 시간을 가늠하여 나는 아버지가 계신 곳을 방문한 것이었다.

나는 오늘, 이때야 말로 아버지에게 "그것에 대해 말한다"는 것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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