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11. 언니의 부탁

따로 일이 없으면 내가 플로레님이나 언니분들을 만나는 시간은 식사시간밖에 없다. 나에게 있어서 귀족으로서 대화 내용는 식사시간 때 기억한 것이다. 주로 언니분들이 하는 귀족 사이의 소문담이나 유행은 귀를 쫑긋 세워 입수한다. 그러니까 알고 있는 화제가 편중된 거겠지, 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어디에 쓸모 있을 지도 모르고. 귀족으로서 밖에 나가는 것이 거의 없는 나에게는 이야기를 듣고 있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도 많은 거지만.

그런 내가 상상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기사님이다. 거리의 경비를 하는 기사는 마차를 타며 순회하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사교계에 데뷔할 때에 회장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착검하고 있을 리도 없고, 나는 긴장하고 있었기에, 어느 분이 기사인지 구별가지 않았다. 이야기에 있는 삽화로 느끼는 인상 밖에 없다. 귀족 연감으로 어느 분이 기사인지는 알고 있지만.

그리고 상위귀족도 사교계 데뷔를 할 때에 슬쩍 봤을 뿐이다. 왕족에게 인사하러 내가 끌려 갈 경우는 없을 테고 나에게 있어서 만났던 왕족은 사교계 데뷔 때 엄청 먼 족에 있는데 반짝반짝해 보였던 분들이다. 초상화는 귀족연감에서 보고 있지만.

캐서린 언니는 상위 귀족과 결혼하는 것을 노리고 있는 듯하다. 이제 18살이기도 하고, 매해 눈이 높아져 버린 지금, 결혼상대를 타협하고 싶지 않은 듯하다. 그런 언니의 작전이 자수를 잘한다는 어필. 즉 나에게 자수를 시킨 손수건은 남자분에게 선물한다는 것.

내가 의복점으로 도매하고 있던 손수건이 돌고 돌아 지금은 귀족 사이에서 수 놓은 손수건은 유행하는 한 갈래가 된 듯하다. 용돈벌이로 수놓은 디자인은 단순한 이니셜뿐 이였지만, 내가 캐서린 언니를 위해서 만든 디자인은 이니셜에 심홍의 장미 꽃이 얽혀 있는 디자인이다. 이것을 가지고 다니며 사용하여 “나는 자수가 특기”라고 뽐냈던 것 같다. 그 결과 “이 정도로 솜씨가 있으니까 의중의 상대에게 손수건을 선물하면 분명 엄청 좋아할 꺼야” 라고 어느 분에게 들은 듯하여 나에게 자수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는 상황이다.

“아샤마리아, 부탁이 있어”

이렇게 가족에게 말을 들을 때는 거절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이미 학습했다.

“레이븐님에게 멋진 손수건을 선물하고 싶어. 자수가 된 걸 원하는 거있지. 부탁 들어 줄 수 있을까?”

나는 호박스프를 마시고 있었지만 수저 식탁에 놓고 냅킨으로 입 주변을 닦아서 약간 시선을 아래로 향하여 캐서린 언니를 향해 봤다. 그리고 ‘거절한다’라는 선택지가 없는 부탁을 승낙했다.

캐서린 언니가 부탁해 온 자수는 조금 성가신 것이였다. 자신의 이니셜과 상대의 이니셜을 넣는 것만이라면 괜찮다, 그런데 거기에 상대 가문의 문장을 넣어라, 라고 말한 것이다. 귀족연감을 보면 문장은 알 수 있다. 하지만 흑백이니까~. 어디서 확실히 무슨 색인지 확인해 와야 한다. 변경백같은 상위귀족에게 선물하는 물건인 걸, 허술한 걸 만들 수 없다.

괴롭다, 식사시간에서 부탁받았기에 아버지의 귀에도 그 자리에서 들어갔다. 캐서린 언니의 부탁은 아버지를 도와주는 것보다 우선사항인 듯하여 당분간 업무사항은 하지 않아도 괜찮게 되었다.

그런 상황이지만, 로자리언니도 자수를 잘한다고 소문이 난 듯하여 사우전트가의 딸들은 “귀족으로서 가져야 할 수준을 넘은 자수의 명수”라고 불리는 것 같다. “우리는 다도회와 무도회로 바쁘니까”란 말을 듣고 몇 개인가 자수를 수놓은 기억이 있다.

그, 어떤 거든 전부 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언젠가 뽀록나면 언니분들은 어떻게 하려나. 교묘한 화술로 속이려나.

뭐어 공공연하게 자수할 수 있게 되었는 걸, 좋아 졌다고 생각하자.

큰 일난 것, 곤란해 진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어머니에게 이어 받은 내 미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뜩이나, 부정적인 상황인 걸, 하다 못해 마음은 긍정적이여야지.

그리고 나서 정원사의 작은 방으로 부지런히 다니며 도안을 만들고, 시녀복 같은 것을 입고 저택을 빠져 나와 거리의 상위지구로 발길을 뻗어 어찌 레이븐님의 가문 문장을 볼 기회를 얻었다. 상위지구는 정말로 멀어서 힘들었다. 캐서린언니가 나를 재촉했기에 내 방의 청소나 세탁의 횟수를 줄여 자수하는 시간을 늘렸다. 그렇게 완성한 것은 10일 후였다.

똑똑, 캐서린 언니의 방 문을 나는 노크했다. 완성한 손수건을 넘기려 온 거다. 언제나 방에 들어가도 꽃 향기 향수 냄새로 숨이 콱콱 막힌다. 형형색색의 쿠션이 눈에 들어와서 여자가 사는 방답다고 언제나 생각한다.

“캐서린 언니에게 부탁받은 손수건을 완성했기에 가져 왔습니다.”

캐서린 언니가 손수건을 손에 들고 눈으로 본다. 그 눈이 기쁜 듯이 초승달을 그린다… 아아, 만족해 준듯 하다. 그 손수건은 자수한 부분이 많아서 실용성은 적다. 벽에 걸어 놓고 구경해야 할 정도다.

“역시, 이런 건 본 적 없어. 아샤마리아의 자수 실력은 언제 봐도 감탄한다니까. 이거라면 레이븐님에게 나를 인상을 남길 수 있겠어”
“칭찬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시간이 걸렸습니다만 그 만큼 뛰어난 것을 만들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캐서린 언니의 기분이 좋은 듯하기에 이번에는 언제나 보다 힘들었다는 것을 말에 담는다. 역시 언니, 언제나 보다 말을 많이 하는 나의 의향을 헤아렸다.

“이걸 줄께”

넘겨 받은 것은 꽃이 조각된 브로치였다. 상당히 기분이 좋은 듯하네… 거리에서 내가 보는 것보다 훨씬 고급인 듯한 물건이다. 감사하게 받아 두자. 내가 몸에 달고 다닐 것은 아니지만, 장래에 돈이 필요한 때에 환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일은 일단 보수도 받았고 자수 실력도 향상할 수 있었고 거리에 갈 기회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준비한다… 완성한 손수건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는 캐서린 언니가 인상적이었다. 사랑하고 있는 거려나? 나도 언젠가 남성에게 선물로서 자수를 놓은 날이 있으려나? 하지만 완성해서 한숨 놓은 것도 순식간, 캐서린 언니이 들고 있던 손수건을 본 로자리언니에게 엘마님에게 선물드릴 손수건을 부탁 받아 버린 것이였다.

예상은 했지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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