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86. 계약

루데스 저하의 선언이 있은 지 한동안 '평민이 되는 것을 인정한다'라는 말이 정말이야? 이라고 의미할 정도로 평소와 다름없는 매일이 계속되었다.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새에 여러 수속은 진행된 것같다.

나도 왕가에 헌상한 그림지도의 초안인 커다란 종이를 웨이에게 전달해 주려 모스트 다크의 입구에 왔다. 그것도 마차로 카플씨만이 아니라 호위기사 두 명까지 붙었다. 그리고 오늘 내 차림은 포니테일에 밀크티 색 드레스다. 즉, 루덴스 저하가 보내신 귀족 낭자라는 입장입니다.

카플씨는 어디든 있을 법한 수수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루덴스 저하가 붙여준 호위기사들과 같이 놓아도 손색없는 존재감을 가져 '어쩌면 엄청 잘난 사람인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이제서야 났다.

"야 너희들 뭣땜에 왔어"

예상한 대로 모스트 다크의 문지기역의 얼굴이 무서운 오빠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지도를 제작하던 때의 초기와 달리 그후에는 아무 말 없이 날 모스트 다크로 들여보내줬기에 오랫만에 듣는 중저음 베이스 음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저기 얼마전에 매일 다니넌 저, 아샤예요. 웨이씨에게 오늘 방문한다고 전했는데 우리를 안에 들여보내주지 않을래요?"

뚫어지게 날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고 '어~'라고 말하며 오빠는 들여보내줬다. 입구 부터는 마차가 아니라 걸어간다. 접어도 큰 종이는 카플씨와 호위기사 한명이 들어 줬다. 다른 호위기사 한 명이 무심하게 롱코트 위로 검을 잡은 걸 나도 알 수 있었다.

'그런 자세를 하면 여기서는 도발이 된다고요;

조용하게 익숙한 길을 나아간다. 이질적인 우리 행진은 모스트다크의 주민의 눈길을 끌었다.

◇◇◇

"그래서, 이 지도의 바탕이 된 물건이라고. 알았어, 받을께"

"제대로 넘겼어요. 내가 할 수 있는 법위에서 상세하게 조사한 결과가 기입되었어요. 이미 웨이 일파에게는 알고 있는 것도 많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요, 도움이 되면 기쁠 거같아요. 이것을 바탕으로 작성한 그림지도는 왕립 도서관에 보관되니까 기회가 있다면 보세요. 제대로 된 수속을 밟으면 웨이나 모스트 다크 주민이라도 관람 할 수 있게 해뒀기에. 또 무슨 일이 있으면 저하에게 연락하세요."

이전에 지나간 응접실에서 우리는 루덴스 저하의 사신으로서 지나갔다. 뭔가 계속 의아해하는 듯한 표정으로 웨이가 날 보는 게 신경 쓰이지만.

'그늘의 훈남(왕자)도 세간에서는 먹히겠지'

"알았어. 그럼 루덴스 저하의 사신으로서 온 너와는 이 회담은 끝이지. 너의 그 모습, 그게 본래 아샤인 거야?"

"응?"

'본래라니… 몸을 단정히 하고 살짝 고급 옷을 입은 것뿐인데'

"귀족인 거 말인가요? 일단, 지금은 그래요. 말 안했던가요? 귀족과 평민 사이에서 태어난 게 저예요. 제 존재도 어중간하고 희박했어요. 나도 아샤로서 이전에 부탁한 결과가 오길 바래요. 모스트 다크의 입근 근처에 있는 건물 중 하나를 빌려 주세요"

"지낼 곳 없는 여성에게 제공하겠다고 말했지."

"그래요. 그리고 앞으로는 글을 가르치거나 자수를 가르칠 학교로 삼을 거예요."

"보스, 입구에 그런 녀석들이 출입하면 이곳 치안이 안좋아집니다!!"

"입구기에 더욱 모스트 다크만이 아니라 새버릴이나 다른 지구 주민도 출입할 수 있어요. 루덴스 저하와 대담했죠. 저하가 인프라 정비를 시작하면 싫어도 사람의 왕래는 일어나. 나는 갈 곳 없는 여성이 다시 자신을 회복할 장소를 만들고 싶어.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장소를 원해. 애초에 너희 남자가 가녀린 여성을 보호같은 걸 안했잖아. 여기서는 특히 남자 우선이니까."

웨이는 살짝 생각에 잠겼다. 조용해진 실내에 어렴풋한 긴장이 흐르는 걸 느낀다.

"너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짐작가는 건 있어. 우리가 가진 건물 하나를 빌려 줘도 되는 게 있지. 싸지는 않아. 자선사업이 아니니까. 돈은 있어?"

나는 못에 건 가죽끈을 드레스 안에서 꺼내어 목에서 뺐다. 이전 플로레님에게 헤어질 때 받은 반지다. 가난한 서민을 위해서 사용했다고 알면 불쾌해 하겠지만 지금 소유자는 나다. 유효하게 사용해야지.

"우선 이걸로 꽤 값어치가 나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웨이를 향해 스르륵하고 책상 위에 흘린다. 손으로 쥐고 찬찬히 반지를 보는 웨이. 그 표정은 진지하다.

"일시적으로 돈을 낸다해서 이 녀석이 앞으로 낼 지 모르잖아"

난 양손을 책상 위에 소리내며 댔다.

"저, 아샤마리아 오르그 뒤 사우전트, 절반뿐이긴 하지만 귀족인 제 프라이드를 걸고 믿어주시지 않겠나요?"

주변의 잡음은 무시무시. 지금 내가 설득해야만 하는 상대는 웨이 단 한 명 진지한데 예쁜 미소를 띄우고 그를 가만히 바라본다.

웨이의 머리에서 다양한 사고가 고속으로 떠오르겠지. 잠깐있다 수줍은 듯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변을 했다.

"난 아셔를 믿어. 거기에 앞으로도 월세를 내러 오는 거지? 너가 와준다면 대환영이야"

'귀족이 아닌 아샤를 믿어 준다고?'

나로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귀족인 것'을 카드로서 썼는데… 평범한 아샤가 신용받다니.

'흐흐' 웃음이 나오잖아. 역시 귀족일 필요같은 건 없다. 어깨에 힘이 빠지는 게 느껴진다.

"감사해요. 나 곧 귀족이 아니게 되는 걸. 앞으로도 잘 부탁해, 웨이"

모스트 다크에서 지도를 만드는데 도움을 준 여서들에게 살짝은 보답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자 순수하게 기뻤다.

건물은 확보할 수 있었다. 건물 안은 루데스 저하 밑에서 일해 번 돈을 쓰면 된다. 물론 나도 자선사업으로 숙박장소를 만들려는 게 아니다. 자수나 문자를 가르쳐 일을 할 수 있게 만들면 되돌려 받을 꺼다. 받을 수 없을 때는 가사노동으로 돈을 갚게 한다. 뒷일을 상상하면 끝이 없다.

"뭐엇" 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은 웨이를 방에 남기고 의기창창한 나는 왕궁으로 돌아갔다.


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 분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