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 62화

"에이다씨~"
누군가에게 응석을 못부리는 나지만 무심코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카락을 지닌 에이다씨의 모습을 발견하자 달려가 버렸다. 아직 점심 시간이기에 대체로 밤 시간대에 근무하는 에이다씨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던차에 재회. 난 들떴다. 일단 딕씨를 마스터와 에이다씨에게 소개한다.

점심을 먹으러 몰려오는 손님들을 상대한 후 "무슨일이야?"라는 듯이 에이다씨는 앞치마를 벗어 의자를 끌어 내 옆에 앉았다. 역시 믿음직한 언니입니다. 나는 에이다씨의 손이 비기 전까지 맛있는 런치를 딕씨랑 먹으며 기다렸다. 따끈따끈한 으깬 녹두와 육즙이 터질 듯한 돼지고기를 푹 끓여 만든 육수를 딱딱한 쌀에 부엇을 뿐인 요리…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마스터가 만든 요리는 맛있는 걸까.

"여자끼리 이야기를 할 꺼니까"라며 딕씨를 먼 좌석으로 쫒아내고 나는 에이다씨랑 나란히 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우선 근황보고입니다. 세세히 말할 수 없어서 어느 상급 귀족 아래서 사무업무를 하고 있다는 걸 이야기한다. 고용주 귀족과 다른 시녀 사이에 낀 내 미묘한 입장에 대한 이야기나 맛있지만 부족한 식사량 따위를. 누군가와 대화한다는 것을 클덴에서 알게된 난 에이다양과 대화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 단숨에 이야기하고 나는 옆에 있던 유리잔에 담긴 물을 꿀걱 단숨에 마셨다.
'아… 이렇게 누군가가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건 좋구나. 엄마랑 별것아닌 이야기를 나누던 때가 살짝 떠오르네'

과거가 떠올라 멍하게 있었다. 정신을 차리자 눈 앞에는 눈에 잔뜩 준 에이다양 얼굴이 있다. 같은 여자인데도 두근두근거린다.

"아샤짱은 왕도에 있을 수 없어서 클덴에 거주하고 있었지만 로베르트님이 불러서 끌려 돌아와서 지금은 어느 귀족님네에서 일하고 있다, 가 맞는 거지?"
"어~ 예"
"그래서, 지금 생활에는 불만이 있다고. 내게 신세 한탄을 하러 온 거군"
"그래요. 바로 그만 두지는 못하는 지라. 평상시에 다른 사람에게 신세 한탄을 할 수도 없고 한을 풀수도 없어서 에이다양에게 푸념해서 죄송해요…"

내 양손을 보니 손도 많이 고와지고 입고 있는 옷도 평민치고 상급 옷이다. 매일같이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해 어느샌가 하루가 지나가버리는 사람들에게 내 한탄따위는 그저 근성없다고 느낄 것이란 건 안다. 내가 되고 싶던 서민에게 있어서 일 이외에도 식주가 보증되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 엄~청 복받은 것으로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사치라는 것도 안다. 그저, 누군가에게 살짝 말하고 싶었다. 내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 갔다. 자연스럽게 시선도 아래를 향해 간다.

"그렇지 않아. 자, 얼굴을 들렴"

장난쟁이같은 순수한 에이다양의 얼굴이 다시 내 눈 앞에 있었다.

"사정이 있고 비밀이 잔뜩 있는 듯한 아야짱이 날 골라서 푸념해 주었는 걸. 기뻐. 신경쓰여서 재촉한 건 나야. 신뢰해 준 거지? 뭐랄까, 그렇지 언니가 된 거 같아서 좋네"
"언니요? 언니보다 친구가 좋아요."
"그래? 그럼 우리는 친.구.네"

에이다양은 양손을 크게 편 후 매력적인 몸으로 아낌없이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가게 안에서 부러워하는 남성의 시선을 느낀다. 에이다양을 독점하고 있는 거니까. 내 얼굴이 새빨갛다 동년배의 매력적인 여성에게 이렇게 노골적인 애정표현을 받는 건 처음받는 걸. 첫 친구가 생긴 걸. 에메리씨는 굳이 말하자면 엄마라는 느낌이었고.
'나 정말 기뻐. 살짝 창피하지만.. 몸이 굳는다…'

"어이, 너희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꺼야?"

묘한 표정을 짓고 딕씨 등장. 떨어져 있었는데 다가왔다. 근처를 빙글 목을 돌려 맹금류같은 매서운 눈으로 찌릿 째려본다. 어째서 위협하는 겁니까? 박력 넘치는데요. 그렇게 생각해도 입 밖으론 내지 않는 나.

"후흥, 좋겠죠? 부럽죠? 모두에게 과시하는 거에요."
"너, 알면서 적을 늘리는 타입이구나"
"솔직하고 귀여운 아샤짱은 그런 내 친구지. 거기에 스스로 적에게는 다가오지 못하게 할 꺼야"

힘으로 잡아땐 에이다양은 딕씨에게 불만을 숨기지 않고 볼을 부풀린다. 딕씨는 눈매에 지지않는 에이다양은 용사입니다.

"난 잠깐 초소에 갔다올께. 짐은 두고 가도 되겠지. 아샤, 아직 돌아가지마. 혼자서 돌아가지마.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 알겠지? 어이 마스터, 이 둘 좀 제대로 보고 있어"

끄덕이는 마스터의 모습을 보고서 딕씨는 내 머리를 퐁퐁 두들이고 암탉여관을 나갔다. 어째서 그렇게 딕씨는 날 아이취급하는 걸까? 어른이 된 여성에게 실례되는 행동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걸까?

"나 이제 어른인데 어린애로 보이는 걸까?"
' '어린애로는 안보이지만 쉽게 속는 오리같지……' '

무심코 중얼거린 내가 옆을 보자 응응하고 끄덕이는 마스터랑 에이다양이 있었다. 살짝 쇼크다. 대미지를 받았습니다.

"에~엥"

울어버릴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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