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가와 다이키· 미야가와 유우카


"오빠, 잘잤어?"

본격적으로 추위가 피부에 스며들어 손이 오그러들 정도로 물도 차가워진 11월 초순. 미야카와 가의 장남 다이키가 화장실에서 피곤한듯한 얼굴을 날카롭게 짓고 있자 미닫이 문이 열리며 귀여운 여자아이, 여동생인 유우카가 슬쩍 얼굴을 뚫어지게 본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채 들어가도 되는 건지 자신이 없는 듯이 살피는 듯 오빠를 향해 눈동자만을 위로 올려 본다.

한쪽에 묶은 빨간 작은 리본으로 특징을 준 단발머리에 아래로 처진 눈에, 끝이 내려간 눈썹. 그리고 새하얀 피부결은 소녀에게 덧없은 분위기를 풍기며 한창 때의 아씨같은 인상을 자아낸다. 지각이라도 할 것같은 건지, 어깨에는 학교에서 지정한 가방을 매고 있었다. 가방의 어깨끈에 달린 금속부분에는 이전 다이키가 선물한 작은 시바견 인형이 달려있다.

"안녕, 유우카. 세면대 금방 비켜줄테니까 잠깐 기다려" "미, 미안해 보챈 것같네" "크게 신경쓰지마. 아무 것도 아닌 것에 신경 쓰지마"

유우카는 정말 미안해하며 안에 들어와 구석에서 문을 닫는다. 그걸을 보고 다이키는 어쩔 수 없어하면서도 언제나와 다르지 않게 여동생에게 미소를 띄운다. 다이키는 얼굴을 씻고나서 옆에 걸어놓은 타월로 얼굴을 닦고 세면대 앞을 비웠다.

다이키가 비운 자리로 들어간 유우카는 가방을 놓고나서 세면대 앞에 서서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얼굴에 물을 적시며 세심하게 씻는다. 거기다 더해 거울를 보며 요리조리 머리카락을 다듬기 시작했다. 그것도 묘하게 정성을 쏟는다. 유우카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에 여동생이 세면대를 이용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진작에 반년이 지났다만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좋아하는 남자라도 생긴 걸까…

아직 어린애티가 강하게 남아 있지만 분위기가 성숙해지고 아리따워지기 시작했다. 몸매 또한 그러하다. 여름에 욕실에서 나올 때같은 때, 파자마를 입은 모습으로도 눈을 어디에 둬야 할 지 모르겠다. 오빠로서 호의적인 시선이 아니더라도 유우카는 귀여운 편이라고 다이키는 생각한다. 소심한 점은 있지만 그 점은 단점은 될 수 없다. 단점이라 말하는 남자가 있다면 오빠로서 패버릴 것같다고 스스로 알고 있다.

머리카락에 만족했는지 유우카는 거울을 향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꽤 많이 신경쓰네" "와앗. 오, 오빠. 아직 있었어? 틀림없이 나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닫혀있는 문이 안 열려있잖아. 그런데 너 요즘 길지 않아?" "미, 미안해……" "아니, 화내는 게 아닌데. 미안해. 뭐 너무 오래 쓰지마, 라는 의미가 아니니까"

열심히 가꾸는 이유가 궁금한 것 뿐이다. 하지만 '학교에 마음에 담아둔 사람이 있는 거야?'라고 물어 볼 수 도 없다. 어쩐지 성희롱이 될 것같은 발언이 될 것같다.

끝이 씁쓸해서 다이키는 머리를 긁적이며 문을 밀어 세면실을 나간다.

"아, 오빠"

불러 세우려는 듯 유우카는 말 걸었다.

"오늘은 몇 시에 집에 와? 늦어?" "응? 그다지 안 늦을 것같은데" "그렇구나. 요즘 일찍 돌아오지. 아버지도 어머니도 놀라했어. 1년 전에는 거의 집에 없었는데 말이지, 라고 말이야" "그 때는 프로젝트가 지옥이었으니까 그렇지. 그렇지 않으면 이 정도야. 그래서 무슨 일있어?" "아, 아냐. 아무 것도 아냐. 집에 오면 괜찮아. 불러 세워서 미안해"

결국 무슨 일 때문에 불러 세웠는 지 모르는 채 다이키는 몸을 돌렸다.

"아, 그리고"

그리고 유우카는 또 불러 세운다.

"오빠 다녀와. 오늘도 게임 작업 힘내"

보드라운 웃는 얼굴에 적셔 들어오는 듯한 목소리로.

"응. 힘낼께. 유우카 고마워"

그런 여동생의 말에 에너지를 받은 것같은 느낌이 든 다이키였다.


"뭐어~? 이제와서 미니게임을 추가하자고!? 무슨 생각이야! 사람을 아수라장으로 빠트릴 생각이냐!!"

'주식회사 울프아이' 사내에 다이키의 노성이 울려퍼진다. 지금 있는 곳은 결코 넓지않은 회의실. 방음처리도 되어 있지 않은 벽은 전 사원 300명 귀에 분명하게 닿았겠지. 더욱히 눈 앞에서 들은 자라면 고막이 찢어질 듯한 기세다.

목소리의 주인인 다이키의 표정은 귀신이라도 맨발로라도 도망갈 수 없을 만큼 분노로 가득차있다. 아침에 받은 여동생의 아담한 치유를 받은 보정은 지금 일어난 마이너스 이벤트로 사라져 버렸다. 여동생에게는 다정한 오빠지만 회사에서는 엄격하여 타협하지 않는 타입이다.

"죄,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정면에 마주보고 있던 '히우라 코우스케'는 그야말로 한밤 중에 도깨비라도 본 듯 공포에 젖어있었다. 사과, 분노하는 귀신을 진정시킬 주문을 바치는 불쌍한 아기 양같은 자세를 하고 있다.

"사죄한다는 말같은 것 필요없다만!? 지금 당장 저 프로듀서의 아이디어 조차도 아닌 그냥 지나가던 생각같은 쓰레기덩어리를 철회해줘!" "무, 무리라니까요. 미야가와씨도 아시죠? 그 프로듀서 성격……" "그것을 해결하는 게 그쪽 디렉터, 히우라씨 역할 아닌가?" "말, 말씀한 대로입니다… 하지만 상대는 신같은 것입니다만? 제 부탁으로 심판을 멈출 수 있는 신이었다면…… 전 무녀도 아닌지라……" "하아, 이번 프로젝트는 이때까지 이례적으로 평화로웠으니까. 완전히 방심했어. 너희 '뉴 웨이브디지탈 엔터테인먼트의 수법을" "수, 수법이라니. 그렇게 악독했던가?" "1년 전에 했던 프로젝트도 벌써 잊어버렸나?" "윽…… 그, 그 때는…… 정말로 뭐라 할 말 없습니다……" "아니, 뭐, 그것도 히우라씨이 잘못한 건 아니지만 말이지"

한바탕 원망을 뱉고 나서 다이키는 배터리가 다 떨어진 듯 고개를 푹 숙였다. 모든 것을 확인하고 포기한 것처럼.

미야가와 다이키는 '울프아이'의 디렉터다. 히우라 코우스케는 '주식회사 뉴 웨이브 디지탈 엔터테인먼트'의 디렉터다. 현재 '울프아이'는 '사쿠세션워'라는 게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 게임 개발 전반적인 것은 디벨로퍼인 '울프아이'에게 위탁되었다.

”우리가 뻐기면 어찌되지?" "아니 뭐, 계약을 맺었으니…… 우리 법무팀이 나오겠죠오" "검은 까마기를 하얗다고 말하게 할 수 있는 그 법무팀이냐…" "우리 회사여서 뭐라 말하기도 그렇지만 그건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아요. 무슨 야쿠자같으니"

코우스케는 계속 미안해하고 있었다. 실언을 무서워하는 것처럼 조심조심 입을 연다.

"정말로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습니다……"

쿄우스케도 무능한 것은 아니다. 원래 업무를 보면 유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대기업인 '뉴 웨이브 디지털 엔터테이먼트'에서 수석 디렉터를 할 수 없다. 그건 다이키도 알고 있다. 충분히.

"하지만 말이지. 베타판 완성 주를 가까이일 때 이제와서…… 거기다 리듬게임이라니…… 전에 슬쩍 2인 대전하고 싶다던가, 하고 싶지 않다던가 같은 말을 말했었는데……" "프로듀서왈 게임 중간 중간에 5곡정도 넣는 것 정도는 쉽지!라는 것같습니다만" "병신같은 말하지마라. 미니게임에 얼마나 인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냐.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자원을 투자하는 것이지 데이터량, 곡수같은 건 관계없다고" "그렇죠……" "미니게임같은 건 정말 질소포장같은 상징이잖아. 돈에 여유가 있으니 하는 것이지 '본질적으로 필요해' 가장 먼저 깍여나가는 것이잖아? 재미있는 미니게임같은 건 돈이 남는 프로젝트에 시키라고. 그게 양쪽이 행복해지는 거니까" "하, 하지만, 미니게임이 없으니까 별 두개 마이너스같이 평해지는 경후도 있으니" "있긴 하지. 그런 놈들은 죽어버리면 좋을텐데" "그런 평 여기서 제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뭐~ 불평을 서로 말하면 시작도 않되지. 우리로서는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거절하고 싶다고. 하다못해 추가요금을 받아야 손익이 맞겠지"

추가요금을 받으면 받은 것으로 정식 업무가 되기에 책임은 무거워지지만 어찌하든 업무에 타협을 하지 않는 다이키로서는 다를 게 없다.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만 여기서 제가 '예'라고 말해도 의미가……" "최종 결정권을 안 지닌 놈이 회의에 와도 정말로 의미없다고 생각한다만……전에도 여기서 다섯시간을 걸려 열띤 회의를 했는데 권력자(프로듀서)의 한마디로 허사가 되었지. 그 다섯시간 정말로 허사였다고" "말씀한 대로입니다…… 술을 먹일 때에 '예'라고 말하게 해서 녹음도 했습니다만. 아침에 일어나더리 냉정해져서는" "히우라씨, 꽤나 치사한 짓하네……"

대기업에는 대기업대로의 각종 굴레가 있다. 그것은 이해하지 못할 다이키가 아니다만 그 나쁜 효율에 질린 것이다. 물론 코우스케도 같은 생각을 품고 있다.

"그런 고로 죄송합니다만 잘 부탁합니다……"

그렇게 고우스케는 도망치 듯 떠났다. 데이블 위에는 사죄의 의미로 가져온 듯한 토○야의 양갱만이 남아있었다.

"선물만은 고맙게 받을까. 이게 스태미나 드링크같은 거였으면 때려버렸을지도 모르지만"

다이키는 작게 한숨을 뱉은게 힘차게 일어섰다.

"뭐, 어찌할 수 없다면 할 수 밖에 없겠지"


즉시 '울프아이'에 있는 사내 주요 개발 스태프가 회의실에 모였다. 사장· 수석 플래너· 수석 프로그래머·포토그래픽장, 스크립터(scripter) 리더…… 이상 다섯 명에 다이크를 포함하여 여섯명이다. 이상 다섯 명에 다이크를 포함하여 여섯명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 안해도 알 거라고 생각한다만"

다이키 이외에는 같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뉴 웨이브'의 프로듀서에게 휘둘린 것이 이 프로젝트가 처음이 아니다. 다이키의 노성이 들린 시점에서 전개를 예측한 것처럼 모두 얼굴이 기가 막힌 것처럼 어두웠다.

'미니게임으로 리듬게임을 넣으라고 들었어. 캐릭터가 춤을 춰야한다더라"

그러자 수석 플래너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머리 위에 화려한 표식이 보일 정도로 멋들어지게 이해못한다는 얼굴이다.

"저기…… 지금 제작 중인 '사쿠세션워'는 시리어스한 SRPG(시뮬레이션 롤 플레잉 게임)입니다만…… 거기에 댄스? 리듬게임이라고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는 알아.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결정한 사항이야. 계획을 변경해야 한다만, 여유는 있어?" "제가 해야하겠지만서도 조금도 여유 없습니다. 시간에 맞춰 꾹꾹 누를 뿐이라면 뭐……" "그렇게 할 수 없는 없잖아. 게임이라 칭하는 이상 차별화는 찾아야지. 뭔가 어레인지를 하든 스토리 상에서 필연성을 연결할 필요가 있어. 열중하던 중에 영문 모르는 게임을 하게되어 유저에게 찬물을 끼얹는 짓만은 하고 싶지 않아"

유저르 게임에 빠지게 하려면 플레이 중에 플레이어가 식을만한 츳코미를 넣을 수는 없다. 그것은 다이키의 게임 개발에 따른 신조이기도 하다.

"뺄 수 있는 태스크는 있어? 아니면 축소할 수 있는 태스크" "없습니다. 뭐든 최중요합니다. 특히 스테이지 레벨 디자인은 이미 지연될 낌새가 보여서 주말출근을 해야할 것같고. 또 몇몇 프로그래머에게 도움을 받아야합니다. 스크립트쪽에서 못하는 기믹도 나와서……" "알았어. 그러면 미니게임 명세서는 내가 할께. 작성하면 확인만 부탁할께" "알겠습니다. 상담이 필요하면 언제나 와주세요"

다음으로 다이키는 수석 프로그래머인 아마기 나오토를 바라본다.

"나오토, 미니게임을 넣어야 하는데 프로그램에 여유는 있어?" "음~ 없을 것같은데. 역시 지금 상태로는 내가 주말에 출근해도 맞출 수가 없어"

그러자 사장이 손을 올렸다.

"저쪽에서 리듬게임 프로그램 소스를 받을 수 없을까? 분명 만든 적이 있겠지" "무리겠죠. 저쪽이 굳이 자기 자산을 무상으로 줄 거라곤 생각 못하겠습니다" "개조해야 쓸 수 있을테고 그렇다면 저라면 처음부터 만드는 편이 빠를 겁니다"

그렇게 말하자 "그런가……"라고 중얼거리며 사장은 팔짱을 끼고 고심에 빠져버렸다. 이런 부조리를 받게되면 클라이언트가 만들어 줬으면 좋겠으나 계약상 그럴 수도 없다는 사정도 있다. 이상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져와도 일감이 늘어날 뿐이다.

"어쩔 수 없지. 나오토 미안하지만 기존 업무 중 몇몇개를 줄이거나 규모를 줄일께. 애초에 주말에 출근하는 것은 각오하지 않으면 안되지만……" "레이랑 맞닿는 귀중한 시간이……"

수석 프로그래머는 슬픈 듯이 한숨을 뱉고 고개를 떨군다. 회의는 계속되어 새롭게 나타난 태스크를 어떻게 분담할까 상담하며 일단 이야기는 정리되었다. 그저 야근과 주말에 출근이 기정사실이 되었다. 원래 야근이나 주말출근은 시간 내에 못한 태스크를 보충하기 위해서 예비시간이지 거기까지 태스크를 쳐넣는 것은 악수일 뿐이다. 늦으면 끝, 예정이 어긋난다.

하지만 무리한 게임인지는 알더라도 그럴 수 밖에 없는 프로젝트는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스케줄를 잘 조정했는데 말이지~"

다이키는 요 반년간 즐겁게 개발했던 나날을 돌아보는 것만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