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영애의 추방 후:교회개역 밥으로 느긋한 수녀 생활/01. 프롤로그

오늘, 이야기에서 상황이 안 좋은 악인은 단죄받는다.

"엘리자베스 폰디니 공작녀를 불경죄로 국외로 추방한다!"

모와즈 왕국에서 가장 위대한 왕이 크게 외친다. 배견실에서는 똑바로 살아온 숙녀에게 죄를 되풀이하며 말하는 것이 유행인 듯하다. 왕의 발언과 함께 엘리자베스를 둘러쌓고 있던 귀족이나 기사들이 들썩이며 외친다.

"오오 드디어…!"
"악독한 계집을 심판했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상황에서 누가 누구인지 구분되지도 않는 그런 NPC들까지 이렇게 멸시받다니!

이 공작녀인 내가, 도대체 뭘 했다는 거야!

하고 싶은 말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따지고 싶은 것도 손가락으로 셀 수 없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건 엘리자베스 폰티니라는 공작년가 항의할 수 없는 운명이니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이 세계에서 18살을 맞이한 떄에 확실하게 일어날 사건이었으니까.

이야기의 강제력

"판결에 따르겠습니다"

엘리자베스는 감정을 죽이고 포기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살짝 일어난 동요와 모든게 종결되었다는 기쁨……

아…… 겨우 악역을 끝낸다.

임금님의 앞에서 지금 이 순간에 매우 심하게 기시감을 느끼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이 모습으로 서 있는 운명을 바꾸지 못했다.

"원망이 있다면 그정도는 들어주겠다" "아뇨, 없습니다"

엘리자베스는 당당하다는 모습에 왕에게 딱 잘라 말했다. 악역의 퇴장은 재빨리 일어나야만 한다.

그래… 아무 것도 아니다. 이리 될 것은 알고 있었다.

어느 근위병이 "정말 거만하군"이라던지 "역시 반성하는 기미가 없네"라고 소근대는 소리가 엘리자베스의 귓가에 닿는다.

응…… 들려.

전부 들리고 있으니까요!

입은 붉은 색 드레스는 커다란 꽃이 펼쳐진 듯 하려하여 왕에게 도발하는 것같다고 악담을 속삭여도 어쩔 수 없다. 드레스에는 금실로 장미를 그렸고 허리라인에는 진홍색 장미장식을 달았다. 그리고 잔뜩 부풀려진 소매에는 레이스를 몇겹이나 달았다.

쭉 빠진 허리에 성질이 사나울듯한 진홍색 눈동자.

기술이 뛰어나고 긍지높은 공작가를 대대로 모시는 시녀들이 손질하는 금발은 풍성하게 말려있었다.

호화찬란하다.

위압적인 복장과 무지개를 품은 초승달같은 미소는 악역 그 자체였다.

악당같은 얼굴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엘리자베스는 힘있는 양 눈동자를 깜빡였다. 그 모습으로 목숨을 받아 18년이나 지냈으니까 애착도 붙는다. 살짝 날카로운 눈이지만 그럭저럭 크기게 애교있는 편이라고 호의적으로…… 자신은 생각한다. 공작녀라는 신분이나 꾸민 모습이 오해받고 있을 뿐이라고……

"엘리자베스.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것이냐? 썩 꺼져라!"
"예…… 하명하신 대로"

모와즈왕이 왕좌에서 노한 모습으로 일어서 손을 치켜 들었다. 정말이지 공작녀조차 아니니까 배알실에 들어 있는 것도 못하는 신분이다. 엘리자베스는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꺼내고 바로 그 장소를 떠나려 했다.

"흑……"

그 때…… 시야에 썩 보고 싶지 않은 것이 들어왔다. 흥미가 없기에 이름도 외우지 않았던 왕자의 등에 숨은 왕녀…… 모와즈 왕의 유일한 딸인 로제타가 떨며 엘리자메스를 보고 있었다.

덜덜 떠는 모습에 짜증도 난다만 운명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니까 어쩔 수 없다.

엘리자베스의 불경죄는 저 로제타를 끈질기게 괴롭히고 비웃었다는 이유로 성립했다. 물론 사랑하는 딸밖에 보이지 않는 왕의 오해이다. 그리고 로제타의 약싹빠른 말버릇도……

"엘리자베스가 무도회에서 절 연못에 빠트렸어…… 훌쩍훌쩍"
로제타는 촐싹이다가 스스로 다리가 미끄려져 빠졌다.

"엘리자베스가 계단에서 날 밀었어…… 으아왕!"
응, 융단에 구두가 걸려 멋지게 넘어졌지!

"엘리자베스가~~"
"엘리자베스가……!"

그런거죠……

아이가 실패하여 부모에게 혼나고 싶지 않으니까 우선 형제나 주위에 있는 사람을 끌어들여 "오빠가 괴롭혔어~"따위를 말하는, 그런 거지.

로제타에게 악의는 없이 배앓이 꼴리지만 그런 아이라고 단정하여 문제가 일어나는 것에서 전력으로 도망쳤으면 되었을텐데 할 수 없었다.

바이벌로 보여지는 위치관계가 되어버린 시점에서 끝이다. 왕녀님은 언제나 정통파 주인공이니까~!

"여러분 평안하신가요, 안녕히"

단죄를 당하는 것에서 도망칠 수단은 없이……

엘리자베스는 악역에 어울리는 미소를 띄우며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배알실을 뒤로 했다.


다크레스톤 대륙 중앙에 위치한 모와즈 왕국. 교역이 융성하여 윤택한 나라로도 귀족사회에서도 엘리자베스는 이별을 고했다. 폰티니 공작가는 엘리자베스와 친자의 연을 끊으며 영지를 몰수당하지 않게 되어……

엘리자베스는 혼자서 국외추방을 당했다.


공작가 마차는 간다. 이웃 국가인 리마이제 왕국의 국경에 위치한 땅인 클로레라스 령으로. 엘리자베스는 울적하여 창밖을 보지도 않았다. 울퉁불퉁한 길을 나아가는 차륜의 진동이 덜그덕덜그덕 소리를 내며 몸이 흔들리는 것을 아무 말없이 받아들였다.

추방되어 가는 곳은 노르티아 교회…… 거기서 마음을 다잡고 수녀로서 살으라는 것이 엘리자베스에게 내려진 마지막 운명이다. 즉, 노르티아 교회마저 가면 이야기는 끝난다. 악역을 진실된 의미로 끝낼 수 있다.

"아~ 겨우 끝났다!"

엘리자베스는 마차 안에서 혼자 있는 것을 당행으로 여기며 팔을 뻗어 크게 기지개를 켰다. 생생했다. 이젠 절대로 안 돌아갈 꺼다.

잘가라, 공작녀 인생. 어서와, 수녀 인생

엘리자베스는 슬퍼하며 지내며 조신하게 일생을 보낸다… 일 터지만…… 이후의 인생을 생각하며 실로 자유롭고 마음이 편했다!

※※※

한 달 후.

성이 없는 엘리자베스는 상쾌하게 지내고 있었다. 편하게 적당히 바쁘고 충실한 생활.

"기다려봐, 그런 곳에 있다간 밟을 꺼야~"

꽥꽥꽥, 집오리가 엘리자베스 앞을 느긋하게 가로지른다. 교회 부지 안에는 닭도 오리도 거위도 집오리도 제 것인양 산보하고 있다. 세탁바구니를 안은 엘리자베스의 발 밑을 날개를 펼친 거위가 멋지게 '꺽꺽' 가로지르며 넘어질 듯하다.

"정말이지……!"

엘리자베스는 마당을 새들이 먼저 지나가라고 포기하고 쾌청한 하늘을 우러러봤다. 시골이기에 하늘이 넓다. 높다.

어디에나 흔히 있는 황록색 풀이 자란 대지. 푸르른 나무들에게는 신선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공기가 넘쳐흐른다. 지금 말리는 오늘 두 번째 세탁물도 잘 마를 게 분명하다.

노르티아 교회는 모와즈 왕궁의 이웃 나라에 있는 리마이자 왕국에서도 유명한 장소이었다. 수완 좋은 영주로 유명한 클로레라스 령에 있는 노르티아 마을의 한 구석…… 잿빛의 튼실한 석제건축물로 몇 개의 첨탑이 서있는 중간 크기인 교회가 지금 엘리자베스의 거주지.

거기서 엘리자베스는 세들이 수습 수녀가 되었다.

바람으로 머리 위의 짧은 면사포가 둥실 뜨자 금발 머리카락이 하늘하늘 흔들린다. 수녀복은 블루 모멘트(새벽 하늘)같은 다크 블루(부드러운 짙은 청색)로 빈곤함이 안 느껴진다. 노르디아 교회가 그럭저럭 권위를 가지고 있어 지역에 뿌리내렸지 때문이겠지. 또한 세워진 그 땅 또한 비옥하여 질서있고 윤택하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인 할 수 있는 생활이었다.

"생각한 것보다고 편해서 잘됐어……!"

정말로…… 추방 만세!

추방으로 빈곤한 교회에 보내질 것을 상상하여 아사랑 친구맻는 것도 각오한 엘리자베스에게 있어선 생각치 못한 행운이었다! 자연이 풍부하고 기후도 안정되고 곡식이나 과일이 나는 나무를 복받아 생활하기 쉬운 토지는 최고의 환경이다.

노르티아 교회는 일요일에 미사를 지내는 예배당을 중심으로 하여 수도원과 고아원이 병설된 건물이었다. 사는 사람은 엘리자베스를 포함한 수녀 사명과 아이 열명 그리고 떨어진 건물에는 신부님을 합하여 15명으로 상당한 대가족이다.

건물 내에는 커다락 예배당에서 이어져 참회실, 아이들이 지내는 큰 방, 작업실, 수녀들의 개인방이 있고 식당, 주방, 도서실, 놀이터방, 헛간방이 있어 함께 청소해도 힘들 정도로 커다랐다.

뜰에는 곳간, 퇴비실, 밭, 새장, 축사. 풀어놓고 키우는 새 이외에도 양이나 염소나 당나귀를 키워 부산물도 있어 먹는 것은 곤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