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어머님과 에크하르트 형님과 나, 세 명이서 차를 마신다. 도청방지 마도구를 사용하여 진행된 이야기의 내용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이였다.

“어머님은 진심으로 신전에서 자란 여자아이를 거두실 요량이십니까?”

나는 무심코 의자에서 일어서 소리를 크게 냈지만, 어머님은 내 무례함을 나무라지도 않고 다시 앉으라고 지시한다. 내가 다시 앉자, 어머님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코르넬리우스. 칼스테드님과 제 딸로서 세례식을 올릴 겁니다. 그리고 동시에 아우브 아렌페스트와 양자결연을 하는 것이 정해져 있습니다.”
“아우브 아렌페스트와 신전에서 자란 여자아이가 양자결연입니까?”

영주와 양자결연을 하는 것이 정해져 있는 여자아이가 신전에서 자랐단 사실도 믿을 수 없고 자신에게 여동생이 생긴다는 사실도 받아들일 수 없다. 이거든 저거든 너무나도 갑작스럽다. 나는 혼란에 빠져서 에크하르트 형님에게 시선을 향했다. 똑같이 여동생을 받아들일 수 없는 형님이라면 자기와 같은 거부감을 나타내 주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에크하르트 형님은 이미 받아들이기로 정한 것 같아서, 방긋 웃는 듯이 푸른 눈을 가늘게 뜨며 여동생이 될 아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로제마인은 베로니카님의 실각에 매우 크게 관여한 아이다. 신전에서 페르디난드님에게 비호받고 있는 아버님의 딸로 어둠의 신의 축복을 받은 듯한 머리카락과 빛의 여신의 축복을 받은 듯한 황금빛 눈동자를 갖고 있다. 커다란 마력을 가지고 있어서 양녀가 되는 게 결정된 것이다.”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에크하르트 형님? 아버님에게 딸 같은 건......”

있을 리가 없다, 고 내가 말하려는 것을 어머님이 “로제마리의 딸이라고 하더군요”라는 말에 중간에 잘렸다. ......로제마리의 딸이라는 건 그 제 3부인의 딸!? 나는 큭, 했다. 아버님의 제 2부인과 제 3부인은 얼굴을 맞댈 때마다 험악한 분위기를 뿜어내며 듣기 힘든 서로에게 불쾌한 말이나 행동으로 전쟁을 반복하며 펼쳤던 것이다. 당사자만이 아니라, 각자의 친족들이 사사건건 다퉈 그 조율을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던 어머님은 언제나 피곤함에 빠져 있었다.

“아버님은 자기 집안에 소동거리를 들일 작정이신가요?”
“소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로제마리의 딸이 아니라 제 딸로 삼는 겁니다.”
“잠시만요. 로제마리가 아득히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겨우 우리 집안이 조용해 진 거예요? 그런데 이번에는 로제마리 딸이 집 안에, 거기다 어머님 딸로서 본관에 들어 온다니, 그야말로 악몽이 아닙니까?”
제 2부인도 제 3부인도 각자 떨어져 살고 있었기에 얼굴을 맞댈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험악해도 다소 참을 수 있던 것이다. 하지만 어머님 딸로서 대우한다면 그 아이는 양자결연을 하여 성으로 이사할 때까지 본관에서 같이 생활하게 된다.

“코르넬리우스,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없어”
“.....그 근거는 뭔가요, 에크하르트 형님? 아버님이나 형님은 성인이여서 집 밖에도 방이 있으니까 좋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여기서 그 아이와 생활을 해야 한다고요.”

영주 가문의 호위기사로서 기숙사에 방이 있는 아버님과 란프레히트 형님, 이미 독립하여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에크하르트 형님과 다르게 나는 도망칠 곳도 없는 거다. 분개하며 에크하르트 형님을 노려보자 형님도 나를 찌릿 노려본다.

“코르넬리우스, 너는 페르디난드님의 비호 아래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을 너무 쉽게 생각하네. 경거망동한 언동같은 걸 그 분이 시키게 할 터가 없다. 나와 란프레히트는 토롬베 토벌의 기도, 치유의 의식을 행하는 로제마인을 봤지만, 상당한 광경이었다고.”

......에크하르트 형님은 페르디난드님을 너무 높게 평가한다고 생각합니다.

입 밖으로 내면 혼날 것같기에 나는 마음 속으로 불만을 흘린다. 에크하르트형님은 페르디난드님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고 어디가 어떻게 멋진지 몇 번이고 들려줬다. 하지만 나는 나이 차가 있어 페르디난드님과 가까이서 접해 본 적이 없기에, 대단하다고 들려줘도 실감하지 못 한다. 솔직한 감상으로는 그정도로 대단하다면 신전 같은 곳에 들어가기 전에 재빨리 베로니카님을 배제하면 되었을텐데, 까지도 생각이 닿는다.

“에크하르트의 이야기를 듣고 저도 조금 안심했습니다. ......그렇지. 코르넬리우스는 로제마인의 호위기사를 시킬 거니까요.”
“어머님, 멋대로 정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영주가문의 측근이 될 생각은 없습니다. 그건 어머님도 알고 계실 터 아닙니까”

자기 어머니 꼭두각시같은 상태인 아우브을 섬기고 있는 아버님, 주군의 들쑥날쑥한 인생에 인생이 휘둘리고 있는 에크하르트 형님, 주군의 방자함에 손이 데이고 있는 란프레히트 형님을 보아 온 나는 주군을 정하고 싶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어머님에게는 몇 번이고 그리 말했을 터인데 어째서 만난 적도 없는 여동생의 호위기사가 되라고 들어야만 하는 것일까?

“어쩔 수가 없어요. 로제마인에게 붙일만한 호위기사 후보가 거의 없는 걸요.”

로제마인이 어떤 여자아이인지, 베로니카님의 실각에 의하여 플로렌시티아님이나 라이제강의 입장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 아직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어떤 파벌에게도 깊은 연줄이 없고, 더하여 영주가문의 측근이 될 수 있는 계급의 기사가 필요한 듯하다. 거기다 로제마인은 신전장에 취임하기로 결정되어 있기에 신전에 출입할 수 있는 자여야만 한다는 듯하다. 그런 조건을 만족할만한 사람은 정말로 적다고 생각한다.

......신전에 출입하고 싶어 하는 여성 기사가 있을 터가 없으니까.

“물론 성내의 모습을 알기 위해서도 친척을 한명은 붙이고 싶은 겁니다. 로제마인이 스스로 자신의 측근을 선택할 나이가 되면 코르넬리우스는 빠져도 상관없으니까, 2년에서 3년 정도는 호위기사를 맡가 주세요.”

베로니카님의 실각으로 귀족가는 대혼란이다. 영주가문에 가까운 장소의 정보는 필요하고 양녀로서 우리 집에서 딸을 내보낸다면 정세를 알 수 있는 수단이 없으면 곤란한 것도 눈에 선하게 보인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주군이 없는 기사는 우리 집안에서 나뿐이다. 상급귀족으로서 거절할 수 없는 것은 안다. 이 이상은 싫다고 주장하지 못하고, 나는 불만을 품은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불만을 속에 품으며 나는 새로운 여동생이 될 로제마인을 맞이했다. 에크하르트 형님이 말한 대로 신전에서 자란 것치고는 꽤나 예의범절이 되어 있는 듯했다. 중급귀족였던 로제마리의 딸로서 납득할 수 있는 교육은 받은 듯이 보인다. 세례식을 치르지 않았는데 어째선지 로제마인은 마력을 방출하기 위한 반지를 받고 있어서 귀족의 첫 대면 인사도 제대로 하였다.

“엘비라, 로제마인의 교육에 대해서지만......”

인사를 마친 아버님와 어머님과 페르디난드님은 재빨리 앞으로의 예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사자여도 아이인 로제마인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 몸 둘 곳이 없는 것처럼 몸을 움츠리고 앉아 있으고 무릎 위에 맞댄 손이 작게 떠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불쌍하게도......

신전에서 자란 아이가 상급귀족의 집에 끌려와 영주 양녀가 되는 것이다. 긴장하지 않을 리가 없다. 딱딱한 웃음을 짓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에게 짓누르는 듯한 중압감은 힘들겠지. 그런데 어른들은 서로 이야기에 여념이 없어, 처음 온 장소에서 곤혹스러워 하는 아이에게 눈도 돌리지 않는다. 조금은 신경을 써 주면 좋을 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말을 걸었다.

“로제마인, 지금부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과제는 엄청나다고. 해낼 수 있겠어?”
“코르넬리우스님의 여동생으로서 부끄럽지 않게끔 노력하겠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이나 질베스타님과도 약속했으니까, 저, 실패할 수는 없는 겁니다.”

여린 목소리으로 그렇게 말한 로제마인의 황금빛 눈동자에는 어린 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각오를 지닌 강한 빛이 있었다. 그들과 무슨 약속을 한 걸까,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매우 중요하여 뒤로 물러설 수도 없이 앞을 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해 온다. 맹세를 지키는 기사의 눈과 닮은 황금빛 눈동자에 나는 조금이지만 호감을 가졌다.

그런 눈은 싫지 않아. “오라버님, 이라고 부르는 게 좋다고 생각해. 앞으로 나는 로제마인의 오빠가 되는 거니까”
“감사합니다,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

놀란 듯이 눈이 휘둥그래지더니, 로제마인이 활짝, 기쁜 듯이 웃는다. 긴장한 얼굴보다는 웃고 있는 편이 귀엽다. 조금은 긴장감이 풀린 듯하여 내가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자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뒤돌아 보자, 씨익 웃는 페르디난드님과 눈이 마주쳤다.

“능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군.”

페르디난드님의 “계획대로”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이 매우 신경에 거슬렸지만 나는 귀족답게 웃으며 그 장소를 무사히 넘겼다.

다음 날부터 상급귀족으로 지내기 위해 필요한 교육이 시작되었다. 로제마인은 하루 종일 공부 예정이 쌓여 있다. 아무리 필요하다 해도 어린 아이에게는 너무한 양이다. 나라면 때려 치고 싶겠지. 하지만 로제마인은 울음소리 한 번 내지 않고 과제를 순조롭게 소화하고 있는 듯하다. 공부나 페슈필의 실력같은 것 깜짝 놀랄 정도로 우수하고, 공부 성과를 어머님에게 전하는 교사가 침을 튀길 듯한 기세로 칭찬하고 있다. 로제마인은 “귀족의 이름을 외우는 게 힘들어요.”라고 투정하지만, 도저히 힘들어 보인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외워나간다. 상당히 머리가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페르디난드님에게 가장 걱정 받은 말투나 행동거지도 어머님의 지도를 받으며 생활하면서 나날히 세련되어 지고 있다. 식사를 같이 하고 있어도 손가락 끝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머님, 로제마인은 아직 공부 중인가요?”

견습 기사 훈련을 마치고 귀가해도 로제마인은 맞이하러 나오지 않았다. 어머님이 차를 권하여 나는 근시가 우려 가져온 컵을 손에 들며 묻자 어머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도서실의 열쇠를 손에 넣고 싶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로제마인이 진지하게 공부하고 있는 게 하루하루 성장이 눈에 띌 정도인 걸요. 페르디난드님의 주목을 받는 것도 납득할 정도로 우수하네요”

어머님이 기분 좋은 듯이 웃는 얼굴로 차를 마시며 그렇게 말했다. 로제마인의 모습을 보러 페르디난드님이 이틀에 한번 꼴로 방문하고 있기에 어머님의 기분이 좋은 날이 늘고 아버님이 귀가하는 날이 많아졌다. 이전에는 부인들의 다툼으로 아버님과 어머님이 험악한 분위기를 뿜어낸 적도 많았지만 지금 평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화제는 로제마인의 세례식이나 교육에 대한 것 뿐이지만, 험악한 분위기는 아니여서 안심하고 볼 수 있다.

어머님의 수다도 란프레히트 형님이 빌프리트님의 측근이 되고 나서는 나외에 듣는 사람이 없었지만 지금은 로제마인과 미용이나 유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역시 여성끼리 같이 있는 게 즐거운 듯하여, 페르디난드님의 이야기로 두사람이 열중하고 있는 것도 자주 본다. 나는 형제 밖에 없어서 제 2부인도 제 3부인도 번거로운 존재일 뿐였기에 집에 여성이 느는 것은 싫었지만, 이런 변화도 나쁘지 않다고 솔직하게 생각한다.

“저기 코르넬리우스. 이 과자좀 먹어보렴? 로제마인 전속 요리사가 진귀한 레시피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 집 요리장과 레시피를 교환하기로 하였답니다.” 본 적없는 모습의 과자는 쿠키라고 하는 듯하다. 훈련 뒤에 조금 배가 고팠기에 나는 “흐~음” 말하며 입 안에 넣었다. 바삭바삭한 식감에 너무 달지 않은 맛에 매우 먹기 좋은 과자군.

한 개씩 계속 입 안에 넣으며 나는 아머님의 이야기를 듣는다.

“다과회에 낼 과자의 레시피를 최우선으로 교환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요리 레시피도 교환하고 싶어요.” 맛있는 과자도 요리도 대환영이야. 여동생이 생긴다는 것도 꽤 괜찮네.

나는 정변 후에 훅 늘어난 신전출신의 귀족에게는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로제마인은 페르디난드님에게 비호를 받았기 때문일까, 그들과 느낌이 전혀 다르다. 그리고 신전의 모습은 지금까지 듣고 있던 것과 달랐다. 실로 규칙적이고 속박이 많다.

“제 2의 종이 울리면 아침식사를 하고, 아침식사를 끝내면 그날 예정을 시종들과 확인하고 그 후는 제 3의 종이 울리기까지 페슈필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3의 종이 울리면 신관장실에서 페르디난드님을 도와드립니다. 저 계산이 특기입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도 상당히 칭찬했지”
“제 4의 종이 울리면 점심식사 시간입니다. 점심식사 후에는 성무에 필요한 축사를 외우거나 고아원장으로서 고아원을 둘러 보거나, 상인을 부르거나, 신전도서실에 갈 수 있는 자유시간입니다.”

로제마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는 신전 밖으로 나간 적은 없는 듯해서 모친이 친구집에 데리고 가는 것도 없던 듯하고, 병약함 때문에 밖을 돌아다닌 적도 없는 듯하다. 이런 어린 아이의 자유시간과 유일한 즐거움이 도서실에서 조용히 지내는 거라니, 아무리 그래도 너무 불쌍하잖아......

귀족의 숲에서 채집을 하거나, 훈련으로 힘차게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조금 더 세상 밖을 접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것이다.

“로제마인, 뭔가 하고 싶은 것은 있니? 세례식까지 끝내야 할 과제를 끝내면 어디라도 데려다 줄게”

내 질문에 로제마인은 “정말입니까?”하며 기쁜 듯이 웃는 얼굴을 지었다.

“그러면 도서실에서 책을 읽고 싶습니다.”
“아냐! 도서실 이외에 다른 거! 다른 건 없는 거니”

내가 거절하자 로제마인이 엄청나게 매우 곤란한 얼굴을 하여 시선을 이리저리 헤매며 울 거 같은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 다른 곳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런가...... 도서실 이외에 즐거움을 모른 채, 다른 장소에 나간 적이 없는데 알 리가 없지.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 로제마인을 성무 이외로 밖에 데려나가지도 않은 페르디난드님에게는 맡겨 둘 수 없어! 내가 어떻게든 해야지!

“그만 둬라. 무모함도 정도가 있지”

로제마인을 밖에서 놀게 하고 싶다고 제안한 순간, 페르디난드님에게 거절되었다. 그리고 로제마인이 얼마나 병약한지, 주절주절 가르침을 받으며 치유를 주는 것도, 회복약의 조합도 투약도 할 수 없는 자가 쓸데 없는 일을 하지마라, 고 질책되었다.

“하지만 세례식까지 해야 하는 과제를 끝낸 겁니다. 로제마인에게도 조금은 즐길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신전이외의 장소를 보여 주고 싶은 겁니다.”
“로제마인이 즐길 수 있는 장소에, 너가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이라...... 이 저택의 도서실 정도겠지. 물론 세심하게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호위기사의 훈련으로는 딱 좋군.”

책을 읽는 것뿐인데 특별히 뭔가 하는 것도 아닐 터다. 하지만 페르디난드님은 로제마인에게 줘도 좋은 책의 두께, 책의 집어 올리는 방법에 대해서 세세하게 주의를 주기 시작했다. 아무리 병약해도, 도서실에서 시간을 지내는 것까지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일까......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올도난츠로 나를 부르면 된다.”

너무나도 신경질적인 주의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나는 다음 날에 로제마인을 우리 집의 도서실로 안내하기로 하였다. 나로서는 조금 어려운 책이나 자료가 쌓인 방은 즐거워하며 들어가고 싶어하는 장소가 아니고, 밖에 데려가고 싶지만, 본인의 희망을 이루어 주는 게 가장 좋겠지.

로제마인에게 과제달성의 상으로서 우리 집의 도서실에 가도 된다는 허가가 나온 걸 알려주자 로제마인은 흐물흐물 거릴 것 같은 웃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이 저택에 도서실이 있다니...... 저, 이 집의 아이가 되어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합니다. 진지하게 과제를 끝내서 다행입니다. 신에게 기도를!”

갑자기 기도를 시작한 여동생을 보고 정말로 신전에서 자랐구나, 라고 애매한 감탄을 하며 나는 “그럼 갈까”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신장 차가 있어서 에스코트를 할 수 없기에 대신에 로제마인과 손을 잡고 본관 안을 천천히 걷는다.

“로제마인은 허풍떠네. 도서실보다 더욱 즐거운 곳이 세상에는 많이 있다고.”
“도서실보다 즐겁고 행복한 곳같은 건 없어요, 코르넬리우스 오라버님”

로제마인은 황금빛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며 기뻐한다. 넋을 잃고 그렇게 말하며 평소보다 다소 빠른 속도로 걷는다. 상당히 도서실이 기쁜 듯하다.

“로제마인은 그렇게 책이 좋은 거야?”
“예, 사랑합니다. 이 집의 도서실에서는 어떤 책이 있는 걸까요? 역시 신전 도서실과는 다른 책도 있겠죠. 너무 기대됩니다.”

평소보다도 활기하게 보이는 로제마인은 흥분에 가득찬 듯 그렇게 말하고 걸으며 도서실을 눈 앞에 두고 돌연 의식을 잃었다. 지금까지 웃는 얼굴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꽈당하고 그 자리에서 무너지듯 쓰러져 움직임이 사라졌다.

“엑!? 에엑!?”

갑자기 쓰너진 여동생의 손을 잡은 채, 나는 한심하게 허둥거릴 수 밖에 없다. 어쩌지, 라고 생각한 순간, 머릿 속에 떠오른 것은 “나를 부르면 된다.”고 한 페르디난드님의 말이었다.

나는 급히 슈타프를 꺼내 신전에 있을 터인 페르디난드님에게 올도난츠를 보냈다.

“페르디난드님, 로제마인이 갑자기 의식을 잃었습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머리가 다칠 가능성이 있으니 부주의하게 움직이게 하지 말아라”

올도난츠의 답장이 온 후, 바로 기수를 타고 온 페르디난드님은 로제마인의 모습을 재빨리 확인한 후, 근시에게 침대로 옮기라고 말할 동안, 나는 조용하게 내려다 본다.

“허약하고 병약하니까 대응할 때에는 충분하게 신경 쓰도록, 이라고 그렇게 주의를 했지만 어차피 그대는 한귀로 흘린 것이겠지? 너무 세세하다던가, 그만큼의 주의가 필요하나고 얕봐서 도서실으로 흥분하여 발걸음이 빨라진 로제마인을 안 멈춘 것이 아닌가?”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반론할 여지가 없었다. 설마 집 안을 걷는 것만으로 의식을 잃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집 안에서 조차 이 모양이다. 도저히 밖에는 내 보낼 수 없다. 알았는가?”
“잘 알겠습니다. 제가 로제마인의 호위기사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도......”

페르디난드님의 세세한 주의를 꼭 필요한 것이라고 철저하게 측근들에게 가르쳐 머리에 집어넣을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성에서 로제마인이 쓰러지면 몸 상태의 관리를 하지 못한 근시나 주군의 몸을 지켜야만 하는 입장인 호위기사가 벌을 받게 된다.

“이해가 된 듯하여 다행이군. 신전에서 반년 정도 로제마인을 섬기고 있는 다무엘은 하급기사다. 측근들에게 말을 낼 신분이 아니다. 로제마인의 친족이면서, 상급귀족인 그대가 해야만 하는 일인 거곘지.”

그렇게 말하며 페르디난드님이 살짝 한 쪽 어깨를 올리며 나를 내려다 봤다.

“로제마인을 지키는 것 이상으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힘조절을 못하는 주위다. 자신의 길을 가는 질베스타, 방자하고 난폭하다고 평가되는 빌프리트, 그리고 손녀 세례식라고 힘이 넘치는 그대의 조부, 그 쪽 주변에는 상당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라. 자칫 한 눈을 팔면 로제마인을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쉽게 죽을 거다.”

그게 협박도 뭐도 아닌 그저 사실이라는 걸 의식했다. 로제마인 자신이 측근을 골라 내가 호위기사를 그만 둘 날까지 무사히 살리는 것이 내 사명이다.

“페르디난드님, 성에서 큰 사태가 일어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정식으로 측근이 붙기 전에 빌프리트님이나 할아버님에게 로제마인의 허약함을 깨닫게 하는 것은 가능할까요? 가능하면 페르디난드님의 감시 아래서 실행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이해가 없으면 도저히 지킬 수 없는 허약함이다. 성에 이사하기 전에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흠, 유효한 수단이 없는지, 생각해보지”

내 말에 페르디난드님은 관자놀이를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