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면 역시 봉헌식 때는 영지로 돌아가시는 건가요?”
“예. 영지를 위한 중대한 의식이고 저는 겨울 사교계를 전부 페르디난드님에게 맡긴지라 돌아가서 면담해야 하는 귀족도 많습니다.”

외곽을 다스리는 기베와 면담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귀족원에 가 있는 건 약간 마음이 걸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귀족원에서 기숙사 안을 다잡으며 레티시아님을 비롯한 란체나베 전투로 인해 고아가 된 아이들의 처지를 감시하는 것도 아우브로서 중요한 일이라 합니다.

“귀족원은 도서관도 있고 한네로레님과 이렇게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만 역시 조금 쓸쓸하네요”
“그렇습니까?”
“어머, 한네로레님은 가족과 떨어져서 귀족원에서 지내는 것이 쓸쓸하지 않습니까?”

로제마인님이 고개를 갸웃거립니다만 저도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세례식을 치른 후에는 북쪽 별관에서 지내기 때문에 바쁜 시기에는 저녁식사 때 이외에는 가족과 얼굴을 마주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라버님은 성인이 되어서 별관을 떠났기에 같이 지내는 건 라오페레그와 룬그타제만 입니디만, 귀족원에 있는 편이 주위에 사람도 많고 식당에서 식사할 때는 북적거립니다. 귀족원으로 이동하여 쓸쓸해 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라오페레그가 무슨 짓을 저지르는 지 모르는 것이나 부모님이 없어서 객기를 부리며 딧타를 싶어하는 사람들을 어찌 해야 할까 등, 머리가 지끈거리는 문제는 있습니다만 쓸쓸하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

어째서…… 로제마인님은 쓸쓸하신 걸까요? 귀족원에 있을 때가 훨씬 북적거린다고 생각합니다만.

페르디난드님은 아직 약혼자이기에 다른 방에서 지내고 있을테고 레티시아님은 신전에서 지내고 있지 않은 지 묻습니다.

“어머님의 잔소리가 없기에 저는 귀족원에 있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 하지만 로제마인님도 알렉산드리아에서 아우브 거주구역에서 지내는 건 혼자지요? 귀족원 기숙사에 있는 게 활기차지 않습니까?”

로제마인님이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제가 무슨 이상한 말을 한 걸까요.

“평소에 주위에 있던 사람이 없기에 성에 있는 성인 측근들과 거리가 생기는 게 조금 쓸쓸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족이니까, 정확하게는 부모님에게 해방되기에 귀족원에 있는 것을 즐거워 하는 학생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한네로레님은 가족과 만나고 싶어질 때는 없습니까?”

로제마인님은 제 대답이 궁금한 지 묻습니다만, 그런 마음이 생긴 적은 딱히 없습니다.

“저도 작년에는 그런 마음이 생긴 적은 없었습니다만……”
“아~ 로제마인님은 에렌페스트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서 처음으로 귀족원에 오신 것이지요. 빌프리트님이나 샤를로테님과 떨어진 것이 쓸쓸하신 게 아닌가요?”

저도 오라버님과 기숙사 안의 다툼을 대처했기에 오라버님이 졸업한 다음 해에는 조금 허전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로제마인님은 허전한 게 아니라 쓸쓸하다고 느끼시는 거겠죠.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가족과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보통이라면 가족과 영지에서 떨어지는 것은 결혼을 하여 다른 영지로 갈 때정도이니까요. 저도 다른 영지로 시집간다면 그런 쓸쓸한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네요……”

다른 영지로 이동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이 들까요?

다른 영지로 시집가는 여성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있었지만 대부분이 단켈페르가에 어울리는 게 매우 힘들다는 쓴웃음을 섞으며 푸념을 하였습니다. 저 자신은 단켈페르가에서 떨어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다른 영지로 이동하는 데 그다지 진지하게 고민한 적은 없습니다. 단켈페르가 영주후보생으로서 결혼 후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만, 이동한 자신이 어떻게 살며 어떤 마음을 가질 지는 고민해 본 적은 없습니다. 로제마인님의 말을 듣자 결혼에 의해서 새로운 환경으로 뛰어드는 것이 조금 무서워졌습니다.

“클라리사는 어떨까요? 가족과 만날 수 없어서 쓸쓸해하고 있습니까?”

저와 로제마인님 둘 다 알고 있고 결혼으로 영지를 바꾼 클라리사에 대해서 물어 보았습니다. 로제마인님은 잠시 생각하다 곤란하다는 듯이 미소지었습니다.

“클라리사는 여름에 별매듭을 지었습니다만 그다지 쓸쓸해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할트무트에게는 보일지도 모릅니다만 저는 클라리사의 즐거워하는 얼굴밖에 본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활기찹니다.”
“로제마인님을 따르기 위해서 로제마인님 측근과 결혼하고 싶다고 공언했으니까 클라리사는 특수한 예였네요.”

클라리사는 별로 참고가 될만한 게 없군요.

클라리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자 기숙사와 이어진 문에서 들어온 학생이 콜두라에게 뭔가 귓속말을 하고 떠났씁니다. 전언을 받은 콜두라가 조금 눈썹을 찌푸려서,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 거겠지, 하고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초대한 다과회를 중단할 수는 없습니다. 기숙사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불안감을 느끼며 콜두라에게 차를 우려달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렇게 하면 차를 가져온 콜두라가 살짝 나에게 알려줍니다.

“라잔타르크와 켄토리프스가 훈련장에서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허가를 얻었는지에 대해서 질문했습니다. 루펜선생님에게 연락을 취해달라고 했습니다”

그 두 사람은 뭘하는 건가요……!?

단켈페르가에서는 기숙사 내에서 싸우는 건 금지입니다만 기숙사 사감의 허가를 얻은 딧타는 허용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훈련장에서 싸우는 것은 허가를 얻은 딧타인지, 훈련의 연장선인지 개인적인 싸움인지 주위가 제지하기 어렵습니다. 평소하면 사감에게 연락이 가서 루펜선생님이 대응할 것입니다. 다른 영지와 다과회 중인 영주후보생에게 문의가 왔다는 것은 기숙사 사감이 부재 중이라는 거겠죠.

어찌할까요……

“한네로레님, 드레팡가의 실이 얽히지 않았습니까? 저 이제 차는 괜찮습니다. 곧 시간이 날 때가 있을 테니까.”

로제마인은 우리에게 뭔가 문제가 일어난 것을 알아차린 듯 바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로제마인님, 기다려주십시오.”
“저희는 신경쓰지 마시고 얽힌 실은 가능한 빨리 푸는 게 좋습니다. 곧 도서관 다과회도 열테니까 그 때 또 이야기하죠. 리제레타, 돌아갈 준비를……”

제가 주회자로서 말리는 것보다 빨리 로제마인님은 시간의 인사를 시작했습니다. 콜두라는 쓴웃음을 풍기며 “로제마인님의 말씀대로 하시죠.”
라고 귓속말을 하고 손님을 배웅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로제마인님, 정말로 면목이 없습니다”
“한네로레님 신경쓰시지 말아주세요. 내객이 많은 다과회라면 모르지만 개인적인 다과회인 걸요. 문제가 일어났을때 오래 끌 필요는 없습니다. 거기에 제가 정신을 잃어버려서 다과회를 열게 된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걸요.”

로제마인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고 슈밀 모양인 마술구를 데리고 퇴실하셨습니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로제마인님에게 감탄하며 저는 손님이 절 신경쓰게 만든 자신의 미흡한 점에 기죽었습니다.

“한네로레님, 거기서 고민하는 건 멈추고 훈련장으로 가시지요. 그 두 사람은 허가를 받지 않았지요?”
“예. 저는 허가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켄토리푸스는 수습 문관이니까 훈련도 아니겠죠. 얼릉 멈춰야죠.”

그렇습니다. 기죽을 때가 아닙니다. 라잔타르크와 켄토리푸스가 싸우고 있다면 저는 자신의 호위기사로 두 사람을 말려야만 합니다.

“다과회 정리는 안드레아 일행에 맡기겠습니다. 콜두라는 저와 같이 와주세요. 하일리제 일행은 훈련장에서 구경꾼이나 훈련 중인 기사를 밖으로 내보내 주세요. 일단 훈련장은 닫겠습니다. 루이폴트, 두사람에게 사정을 듣겠습니다. 회의실 준비를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저는 측근들에게 지시는 내리고 콜두라와 호위기사를 데리고 다과회실을 나왔습니다.

◇◇◇◇

훈련장에 도착하자 관객석에 많은 구경꾼들이 경기장을 내려다 보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역시 루펜선생님은 기숙사 안에 없던 것같습니다.

“켄토리프스, 계속 도망하기만 하지 말고 한 방 정도 갈겨 보라고!”
“라잔타르크, 너무 열이 뻗쳐있군! 빈틈투성이야!”

놀리는 듯이 야유를 날리는 구경꾼들의 시선 끝에 작게 푸른 망토가 휘날리는 게 보였습니다. 수습 기사과 수습 문관이 싸워봐야 승부가 안될텐데 뭘 하고 있는 걸까요.

“훈련장에서 나와 주세요! 일단 폐쇄하겠습니다!”
“이 두 사람은 허가를 받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인 싸움을 말리지 않았던 사람도 같이 책임을 물을 지도 모릅니다!”

하일리제 일행이 구경꾼을 쫓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같이 책임을 물을 수고 있다는 것에 겁내어 구경꾼들은 알아서 훈련장에서 나갑니다. 시야가 넓어져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이 제대로 보였습니다. 라잔타르크가 일방적으로 계속 공격을 반복하며 켄토리프스는 방어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 다 거기까지 하세요!”

제가 크게 말했습니다만 두 사람은 멈추지 않습니다. 켄토리프스는 슬쩍 이쪽을 봤습니다만 라잔타르크는 주위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같습니다.

“콜두라, 잠시 물러나줘”

저는 라잔타르크가 알아차릴 수밖에 없게 하기 위해서 슈타프를 꺼내서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푸르스름한 하얀 빛이 슈타프 끝에 모여 빠직빠직 소리가 울리기 시작합니다. 라잔타르크가 놀라며 이쪽을 올려다 보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슈타프를 크게 아래로 휘두릅니다.

“적당히 하세요!”

슝하며 긴 꼬리를 그리며 푸르스름한 하얀 빛이 라잔타르크를 향하여 일직선으로 날라갑니다. 라잔타르크가 재빨리 방패를 든 팔을 들어 회피하려는 게 보였습니다. 콜두라나 하일리제 일행이 “겟티르트”<를 외치며 방패를 들었습니다. 그 직후 커다란 폭발음이 나며 여기까지 충격이 왔습니다.

“한네로레님, 아무리 그래도 위험하지 않습니까!”
“수습 문관인 켄토리프스에게 무력을 사용하여 덤벼드는 라잔타르크도 매우 위험합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겁니까? 이번 일은 허가를 얻은 딧타가 아니지요?”

내가 찌릿 노려보자 라잔타르크가 한 순간 기가 죽었습니다.

“하지만 한네로레님.남자에게는 싸워야만 할 때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싸움은 금지되었습니다. 싸우고 싶다면 허가를 얻어 정정당당하게 딧타로 싸워주세요. 아무런 준비도 안된 문관에게 감정적으로 기사가 무력을 휘두르는 것을 단켈페르가에서는 허가하지 않습니다. 오라버님에게 보고하겠습니다.”

그 때 훈련장의 문이 열리며 루펜선생님이 당황하며 뛰어들어왔습니다.

“한네로레님, 면목없습니다. 제가 대처해야만 하는데, 수고를 끼쳤습니다. 켄토리프스, 라잔타르크. 그대들은 금지된 개인간의 싸움을 했다. 거기에 대한 벌은 각오된 것이겠지?”

루펜선생님이 두 사람을 보자 켄토리프스는 “죄송합니다”하며 바로 사죄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라잔타르크가 울컥해 하며 켄토리프스에게 다시 달려든 겁니다.

“자기는 한번도 반격한 적없다. 라고 왜 안 말하지!? 그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라잔타르크!?”

저는 무심코 비명을 질렀습니다만 루펜 선생님은 익숙하게 관중석에서 뛰어 내려와 라잔타르크의 손을 잡고 던져 날렸습니다. 그대로 “머리 좀 식혀라”하며 슈타프에서 빛의 끈을 꺼내 라잔타르크를 묶었습니다.

라젠타르크가 ‘한 번도 반격하지 않았다’ 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겠죠. 켄토리프스는 덤벼들어서 잡혀있던 목 언저리를 조금 고친 것만이고 반격하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화가 났는지 선생님에게 잡힌 채로 라잔타르크가 외쳤습니다.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행운이 굴러 들어온 것이다! 나는 신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딧타를 봉헌할 정도로 기뻤다. 그대도 같은 마음이었을 터다. 그런데 어째서 행운을 버리는 일따위를 하는 거지!? 대답해라 켄토리프스!”

라잔타르크의 밤색 눈은 격한 감정의 탓인지 어지럽게 여러 색을 띄었습니다. 그걸을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을 터인데 켄토리프스의 눈도 어지럽게 여러 색을 띄웠습니다.

“처음부터 손에 없던 것이니까 놓치는 것도 아닌 아무 것도 아니다.”
“지금 손에 없더라도 나는 손에 넣겠다. 그렇게 하기 위한 협력은 바라지 않는다. 그러니까 손대기 싫다면 방해를 하지마!”
“그건 약속할 수 없다. 나는 내 바램을 따라서 움직인다. 그게 그대의 방해가 된다해도 멈출 생각은 없다. 서로 자신의 바램을 위해서 움직인다. 그 뿐이지”
“한네로레님!”

루펜 선생님이 불러서 너는 깜짝 놀라 어깨를 움츠렸습니다.

“머리가 식을 때까지 두 사람을 떨어트려 두는 게 좋겠죠. 아직 냉정한 것같은 켄토리프스에게 사정을 들으시겠습니까?”
“루펜 선생님, 사정을 이야기한다면 저는 한네로레님에게……”
“너무 흥분한 그대를 상대하는 건 나다. 켄토리프스, 한네로레님에게 가라”

루펜 선생님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빛의 끈으로 묶인 라잔타르크를 들어 올렸습니다. 두 사람을 강제로 거리를 벌릴 생각인 것같습니다. 켄토리프스가 기수로 광중석으로 올라오제 루펜선생님 어깨에서 라잔타르크가 불만스런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네로레님. 상당히 힘드시겠지만 켄토리프스에게 치유를 주십시요. 특히 문관으로서 치명적인 그 나쁜 머리를 중심으로”

켄토리프스에게 라잔타르크가 그렇게 말하는 걸 처음 보고 나는 당황했습니다.

“켄토리프스 나는 절대로 넘기지 않을테니까!”

라잔타르크가 마지막까지 켄토리프스에게 악담을 퍼부으며 사라졌습니다.

“정말이지,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방어에 치중했어도 피하지 못한 게 있는 것 같아서 상처투성이인 켄토리프스를 올려다 보며 저는 물었습니다.

“여기서 사정을 들으십니까? 하다못해 도청방지 마술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이대로 이야기하여 견딜 수 없게 되는 건 한네로레님이시니까……”

약혼자후보 두 명의 싸움 원인은 저라고 말해서 갑자기 귀를 막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도망칠 수는 없겠죠.

“루이폴트가 방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그곳으로 이동하죠. 그 전에 치유가 필요할까요? 라잔타르크가 문관으로서 치명적인 나쁜 머리라고 말했습니다만……”

제가 그렇게 말하자 켄토리프스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회복약을 먹었습니다.

회의실로 장소를 이동하여 저는 도청방지 마술구를 켄토리프스에게 넘겼습니다. 본래라면 이런 사정청취를 할 때는 문관이 참가혀 기록을 남겨 선생님에게 제출해야 합니다만 사정을 헤아린 콜두라가 목을 가로저었습니다.

“엘프베르크와 브렌벨메가 창을 맞대었다는 것만 알면 충분합니다”

산의 신 엘프베르크와 정열의 신 프렌벨메는 바다의 여신 페아퓨레메아를 둘러싸고 싸운 불의 권속신입니다. 켄토리프스와 라잔타르크의 다툼을 그 신화에 빗댄 콜두라를 가볍게 노려보고 저는 켄토리프스에게 도청방지 마술구를 넘겼습니다.

“사, 사정을 묻겠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서로 싸운 사정을 들어야만 하다니……

울며 도망치고 싶은 마음으로 묻어보자 켄토리프스는 “로제마인님과 다과회는 어떠셨습니까?”라고 반대로 질문해 왔습니다.

“예? 어, 저기 저는 싸운 사정을……”
“한네로레님의 별매듭에 대해서 견해가 달랐던 것이 원인입니다. 그것보다 다과회는 전부 잘 끝냈습니까?”
“예? 저, 전부 잘, 말입니까?”

싸운 원인보다도 켄토리프스에게는 다과회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듯이 물어서 저는 눈을 깜빡였습니다.

“예. 로제마인님은 어떻게 협력해 주시겠다는 겁니까? 두 사람이서 어떤 계획을 세운 것이죠? 그걸 모르면 협력할 수 없지 않습니까. 아~ 라잔타르크는 한네로레님에게 협력할 생각따위 없기에 비밀로 하는 편이 좋습니다.”

켄토리프스가 뭔가 말하고 있는 걸까요. 로제마인님과 세운 계획따위 없고, 뭔가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다과회를 연 게 아닙니다.

“무슨 계획입니까?”
“빌프리트님과 주선해달라고 협력을 부탁했다면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대략적인 계획 정도는……”
“그런 것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황급하게 부정했습니다. 빌프리트님과 사이를 알선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주변에서는 보고 있는 걸까요. 붕붕 머리를 가로젔자 켄토리프스는 “예? 어째서입니까?”
정말로 이해 못하겠다는 얼굴로 나를 봤습니다.

“급하게 다과회를 연 것은 로제마인님이 봉헌식에서 영지로 돌아가기 전에 빌프리트님과 사이를 중재해달라고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닌가요?”
“아닙니다. 빌프리트님에게 다양한 험담으 오가는 현재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서 협력해 달라고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거 어찌되든 상관없는 것을 위해서 다과회를?”
“어찌되든 상관없는 게 아닙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어찌되든 좋은 게 아닙니다. 제가 노려보자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말하며 켄토리프스가 머리를 감쌌습니다.

“빌프리트님의 현재 상황 따위 새롭게 약혼이 맺어지면 어떻게든 되는 게 아닙니까. 한네로레님, 한시가 아까운데 왜 그리 느긋하게 계신 겁니까? 귀녀는 이대로 우리 중 누군가와 별을 맺고 싶으신 겁니까? 신부훔치기 딧타에서 영지를 배신하면서까지 손을 뻗었을 때의 마음을 그 정도였습니까?”

켄토리프스의 잿빛 눈이 지긋하게 나를 바라봅니다. 나를 책망하는, 추궁하는 눈에 꿀꺽, 숨을 삼켰습니다.

“신부 훔치기 딧타의 책임은 빌프리트님만이 아니라 로제마인님에게도 있습니다. 그 사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협력을 요청하면 거절하지는 않으시겠죠. 로제마인님의 협력이 있다면 한네로레님이 에렌페스트로 시집가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켄토리프스는 제가 에렌페스트로 시집을 간다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어렵지 않다고 말해도 곤란합니다.

“빌프리트님은 로제마인님과 파혼하여 차기아우브가 아니게 된 것같습니다. 그러니까……”
“파혼으로 차기 아우브가 아니게 되었다면 새로운 약혼으로 차기 아우브로 올리면 되는 겁니다. 단켈페르가의 지지가 있으면 가능합니다.”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빌프리트님이 그것을 바라는 지 어떨지 모릅니다. 차기 아우브를 포기하기 위해서 로제마인님과 파혼을 바랬다고 다과회에서 막 들은 겁니다.

“어째서 켄토리프스는 그렇게 빌프리트님을 미는 겁니까? 저와 약혼자후보인 게 싫다면 제가 아버님에게 진언하겠습니다”
“사모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계속……”
“예?”

너무나도 가볍게 말해서 한 순간 뭐라 말한 것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울보 공주님을 지켜야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설령 기사가 아니더라도 저가 할 수 있는 한 지키고 싶다,고…… 하지만 저로는 안됐습니다. 신부 훔치기 딧타에서 제 마술구가 아니라 빌프리트님의 손을 잡았으니까”

저는 신부훔치기 딧타 때에 제가 손에 쥐고 있던 마술구를 떠올렸습니다. 저 이외의 것들을 태워 없애버릴 듯한 위력을 가진, “최수의 순간에 몸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써라”
라고 오라버님에게 받았던 마술구입니다.

“그건, 주변에 있던 호휘기사들도 휘말릴 가능성이 있어, 너무나 위험한 마술구라고……”
“예. 하지만 단켈페르가 기사가 중앙 영지 기사와 싸워서 혼자서 진에 남아있던 한네로레님은 제가 만든 마술구로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게 아니라 빌프리트님의 손을 잡았습니다. 맡긴 마술구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문관인 제가 지킨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귀녀에게 제 마음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고, 그 때 이해했습니다.”

저는 빌프리트님이 걱정하여 달려와 준 게 기뻤습니다. ‘위험하니까’라며 손을 내밀어 저에게 선택지를 맡겨준 것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켄토리프스의 마음을 짓밟을 줄은 몰랐습니다.

“켄토리프스, 저는……”
“레스티라우트님이 차기 아우브 위치가 확실시 되고 단켈페르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저나 라잔타르크가 한네로레님을 아내로 맞아들이는 게 가장 좋습니다. 레스티라우트님의 측근이기에 결혼을 한다해서 다른 파벌이 생길 일도 없고 남편이 상급귀족이기에 귀녀는 아우브가 될 수 없으니까”

그러기에 제 측근이 아니라 오라버님의 측근에서 약혼자후보가 뽑였다, 라고 켄토리프스는 말했습니다. 영주후보생을 제 사위로 맞아들이는 것은 아우브가 절대로 허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같이 레스트라우트님을 받치려고 생각해주지 않는다면 귀녀는 단켈페르가의 화근이 됩니다. 라잔타르크는 별매듭을 지은다면 화근이 되지않는다. 어째서 빌프리트님같은 무책임하고 천하고 졸렬한 남자에게 귀녀를 주려고 하는 거냐. 문관이라면 자기 영지에 머물게 화근을 없애는 일에 머리를 써라, 라고 말했습니다. 그건 귀녀에게 한결같은 겁니다.”

정말로 나랑은 다르죠, 라며 켄토리프스가 자조하듯이 웃었습니다.

“라잔타르크는 단켈페르가의 기사다운 기사입니다. 진짜 딧타에 참가한 귀녀를 우러러 보고 신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막다른 곳에서 영지를 배신하고 약혼자후보를 정하고서 여전히 빌프리트님의 현재 상황을 걱정하는 한네로레님을 사모는 하지만 신용할 수 없습니다.”

켄토리프스의 입에서 나온 “신용할 수 없다”
라는 말이 가슴에 꽂혔습니다. 아무리 딧타에서 수치를 설욕했다하나 영지를 배신한 것, 켄토리프스의 마음을 짓밟은 것이 거짓은 아니니까, 제가 상처입을 권리같은 건 없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슴이 아픕니다.

“한네로레님, 귀녀는 단켈페르가의 영주후보생입니다. 귀녀는 스스로 자신의 길을 고를 수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서 도청방지 마술구를 쥔 켄토리프스의 주먹에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너무 힘이 들어가 조금씩 떨고 있습니다.

“어디까지 제 생각입니다만 자신의 영지를 배신할 정도의 감정을 가슴에서 숨기는 게 아니라 단켈페르가 영주후보생에 어울리는 행동으로 관철시켰으면 합니다.”
“단켈페르가의 영주후보생에 어울리는 행동, 입니까?”
“예. 막달레나님이 트라오크발님에게 구혼했던 것으로 에렌페스트 안에도 이야기가 흘렀습니다. 클라리사도 할트무트님에게 구혼하여 로제마인님의 측근이 되었습니다. 신부 훔치기 딧타와 다르게 에렌페스트는 단켈페르가의 구혼 방법을 알고 있겠죠.”

격한 감정을 마음 속으로 숨기고 있을 것인가, 켄토리프스의 잿빛 눈동자가 어지러이 여러 색을 띄며 흔들립니다. 절 찌를 듯한 강하고 진지한 눈으로 저를 봅니다.

“로제마인님의 협력을 얻을 수 없다고 한다면, 빌프리트님에게 구혼하여 조건을 얻으십시요. 한네로레님”


로제마인을 자각시키기 위해 한네로레가 살짝 한 번 밀고 라잔타르크의 진지함이 켄토리프스를 한 번 밀고 켄토리프스가 한네로레를 절벽에서 떨밀 듯한 기세로 한 번 밀고 절벽 끝에서 우왕좌왕하던 한네로레는 행동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구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