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약 장수(남)으로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1장 1화

“나는 너같은 못 생긴 돼지와는 절대로 결혼 안 할 꺼야!”

그렇게 내뱉는 것은 이 나라의 제 3 왕자인 윌리엄님.
나는 그의 수없이 많은 약혼 후보자 중 한 명이었다.

“좋아해요.”

사모하는 그에게 절절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전한 말은 틀린 듯하다. 매정한 말에 상처받은 내게 그는 더욱 매몰차게 대했다.

“내가 너를 친절하게 대한 것은 레이라를 위해서다. 안 그랬다면 누가 너같은 것과 어울리려 하겠냐? 민폐니까 착각하지 마라”

아… 당신도 그랬군요.
레이라는 내 친언니로 정말로 귀엽다. 어디에 가더라도 쳐다보지 않는 사람은 없이 누구든 그를 좋아하게 된다.
나와는 비교할 바도 안 될 정도로… 그것은 부모님 또한 예외가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평등하게 대해 준다고 생각하게지만 애정이라는 면에서는 너무 차가 난다.

그런 애정에 목말라하던 내게 가까이 다가와 준 그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버렸지만…

어떻게 돌아왔는 지 모르겠으나 왕궁에 있던 나는 정신을 차리니 재택의 내 방에 있었다. 멍하던 와중에 어찌어찌 돌아올 수 있었나 보다.

문뜩 화장대가 눈에 들어온다. 옷차림은 거의 사용인에게 맡겼기에 그다지 안 사용하는 그곳에 앉아 봤다.
거울을 덮던 먼지투성이 천을 벗기자 눈 앞에 소녀 한 명이 비친다.
드레스를 이용하여 다소는 보정되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땅딸막한 체형.
머리와 몸을 잇는 잇는 목은 턱과 구별이 명확하지 않다.
머리에는 너무 살이 붙은 탓에 눈은 파뭍혀 가느다랗고 작다.

이게 나구나…

다시금 자신을 보고 어째서 사랑받는다고 생각해 버렸는지 의문이 솟아오른다. 이런 나를 좋아할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다니 얼마나 자만한 걸까.
거기다 그를 그리는 것으로 폐를 끼친다니…
언니의 덤인 나는 누구에게도 폐를 안 끼치고 사는 것이 의무일 지인데.

자결하자.

쌓인 것이 흘러넘친 듯이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지 그 세상에는 아무런 미련도 없다.
내가 없어진다 해도 세계는 문제없이, 아니 오히려 지금보다도 잘 도리라.
그리고 하다못해 마지막은 누구에게도 폐를 안 끼치고 조용히 죽고 싶다.
이 때 그, 엘리자베트는 나이 7살, 어리고 너무 총명한 탓에 애정을 갈구하던 이 소녀는 이러한 결론을 이끌어 내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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