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약 장수(남)으로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1장 3화

눈을 뜨자 낮선 곳에 누워 있었다.
아무래도 동굴 속인 듯 하다.
곳곳에 수정이 있어 뭔가 신비한 분위기다. ​

이곳이 사후세계인 걸까. ​

그런 생각이 문뜩 들었지만 왼팔이 격하게 아파와 현세라는 것을 실감시긴다.
팔을 보자 약초와 붕대가 둘려 있었다. ​

죽지 못 했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동궁 천장을 보고 있는데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과 눈이 맞았다.
그 사람은 나보다 살짝 나이가 많은 여자로 순간 번쩍 눈을 크게 뜨자 기쁜 듯한 표정을 지었다. ​

“아버지!! 이 애 깨어났어!!” ​

그녀가 그렇게 외치자 또 한 사람이 내 얼굴을 쳐다본다. ​

“꼬맹아 무사해서 다행이야. 심한 상처를 입어서 정신을 못 차리면 어쩌나, 생각했어”


그렇게 말하고 날 향해 웃는다. 사람을 안심시키려는 웃는 얼굴. 의식을 잃기 전에 본 장면과 겹친다.
그렇구나 이 사람이 날 도와주었구나, 아니 도움을 받아 버렸구나가 맞을까.
하지만 선의로 행동해 준 것이니까 실례되는 태도를 하면 안되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감사인사를 하려고 몸을 일으켰다. ​

그 때, 눈 앞에 있는 커다란 수정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놀랐다.
살찐 남자아이, 그렇게만 보인다.
마수에게 도망칠 때에 잘라 떨어트린 머리카락은 생각했던 것보다도 짧아졌다.
‘꼬맹이’라고 불린 것은 잘못 들었나? 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나를 남자아이로 인식한 듯하다.
도움 받았을 때의 복장은 성별 구분없는 속옷 한 장인 모습이었기도 하고 틀려도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숙녀로서는 보일 수없는 솟옷차림을 보여 버린 것이니까 남자라고 여겨져 다행이었다.
알아차리기 전에 감사인사를 말라고 여기서 떠나자. ​

“…아……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괜찮아요. ​​

그렇게 말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목에서 나오는 것은 쉰 신음소리같은 것 뿐으로 전혀 단어를 이야기 할 수 없다.
둘은 내 말을 기다리며 걱정된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다.
어서 말해야 하는데. ​

소리가 나오지 않는 공포와 초조함로 호흡이 얕아진다.
…하아…하악…어서… 어서 말해야 하는데 ​

툭.
갑자기 머리에 손이 올라왔다.
커다랗고 까칠까칠한 손
나 자신을 감싸주는 듯한 안심감을 가져다 준다. ​

“괜찮단다. 무리하지 않아도 된단다. 무서웠구나”
“안심해! 우리가 지켜줄 테니까!” ​

여자아이가 등을 다정하게 어루만져 준다. ​

체온이 전해짐과 동시에 그곳에는 뭔가 다른 따스함 또한 존재했다.
마음의 안정, 사람의 온기라는 것은 이런 것일까? ​

나는 처음 경험하는 감각에 그저, 당황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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