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 마법사/서장: 하늘색 마법사의 시작/2화

"…………읏…………윽"

졸고 있던 나를 누군가에게 불른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라앉아 있던 의식이 천천히 부상해 가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머리에 안개가 걸려 있는 것 같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

……난 누구고 뭘하고 있었더라? 분명 누군가와 외출했던것같은...…

그렇게 멍하니 생각했을 때,

--!?

나는 서서히 각성했던 것이다.

서서히 회복되는 의식 속에서 수많은 기억이 터지 듯 떠오른다. 나의 이름, 지금까지의 인생, 친한 인간들. 그리고 기억이 끊기기 직전 사건을.

……맞다. 우리는 사고를 당했어.

여동생과 물건을 사러 가는 중에 친구와 딱 마주친 후 트럭이 들이박았다.

앞으로 다가오는 트럭과 유우의 손 감촉, 시로의 함성 등이 단편적으로 되살아나는데 기억나는 것은 거기까지다.그 후 우리가 어떻게 된 걸까.

……그러고보니, 나는 살아 있는 건가?

나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의식이 있다는 것은 죽지 않았다는 뜻일까. 대형 트럭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살아있을 수 있다면 기적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주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둠이 펼쳐져 있을 뿐이다.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설마…… 여기가 저승인 건 아니겠지.

그런 아무 것도 없는 세계따위 너무 싫으면 겁이 나지만 반사적으로 내가 몸에 힘을 주면 잔잔한 반응이 있었다.아무래도 눈을 감고 있던 것같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안 보여서 당연하다.

나는 안도했다.

다시금 의식을 집중시키자, 나의 몸이 부드러운 물건에 싸여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 이것은 이불과 침대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병원에라도 들렀다는 뜻일 것이다. 아마.

솔직히 꽤 불안하지만, 상황을 확인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나는 눈을 뜨기로 했다.

……윽 쓸데없이 눈꺼풀이 무겁워…

내가 힘들게 눈을 천천히 뜨고 보니 그곳에는 본 적 없는 새하얀 천장이 보였다.

"……………"

잠시 동안, 이런 상황에서 입에 담게 되는 유명한 대사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천장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부끄러워지자 나는 다른 것을 보기로 했다.

몸이 잘 움직이지 않기에 눈만 이동시켜 주위를 확인한다.

먼저 내가 눈에 들어온 것은 나무 울타리같은 거였다. 일정한 간격으로 나를 에워싸듯이 배치되어 있다. 왠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지만 착각일까 하고 나는 의아해 했다.

게다가 천장이라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고, 그것은 새하얀 덮개였다. 가장자리에 고급스러운 커튼이 달려 있다. 아무래도 침대 덮개같다.

……이건 뭐야? 난 이런 비싼 침대에 누울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 예상 외의 광경에 나는 당황하지만, 어쨌든 다른 장소도 확인해 보려고 시선을 밑으로 옮긴다. 그러자 자신의 몸에 걸린 담요와 창문 윗부분이 보였다. 왠지 귀여운 이불에 창가에서는 부드러운 햇살이 스며들고 있다.밖에는 자연에서 보이는 초록이라고 생각하는 색이 보인다.

 ……어디야, 여기? 병원이 아닌가?

내가 창문을 바라보면서도 어째선지 모를 위화감을 느끼고 있던 때였다.


"--어머?"


바로 옆에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아무래도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내가 상황을 들으려고 애쓰며 고개를 움직이려고 했지만, 그보다도 일찍 여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누, 누구야?

하지만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눈을 깜빡이지 못하고 굳어버린다.

왜냐하면, 그 여자는 금발 벽안의 향긋한 미인이었으니까.

나도 모르게 몸이 굳어버렸다.

여성은 다정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지만, 물론 나는 본 적도 없고 간호사로도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나는 여성을 관찰해 본다. 등까지 쭉 뻗은 푹신푹신한 금발에, 투명한 눈동자, 그리고 품위있는 비단옷을 입고 있다. 나이는 20세 전후이겠지.

"후후, 일어난 것 같네. 왜 그럴까용? 그렇게 놀란 얼굴을 할까."

자애의 미소를 띠고 말을 걸어오는 여자에게 나는 무심코 반해버렸지만 곧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왜 아기말이야?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확실히 살짝 동안이고, 근처의 아줌마들도 "쿠우야군은 여전히 귀엽네"같은 전혀 기쁘지 않은 말을 하지만, 고교생이 되어서까지 아이 취급받을 이유는 없다.

그러자 그 미인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어머, 맘마 얼굴을 까먹었나용?"

……네,네? 맘,맘마아?

잘못 들었나 하고 내 귀를 의심하지만, 여자는 결국 내 머리 아래과 엉덩이 아래에 손을 집어넣어 그대로 껴안았다. 그리고 팔로 등을 감아 단단히 고정시킨다.

나는 가느다랗고 키도 평균보다는 약간 작다고 하지만 몸무게는 50kg 가까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이 여성은 시원스레 들어 보인 것이다. '얼마나 힘이 센 거야'하고 아연실색하지만, 이렇게 드는 방법에는 어딘지 본 기억이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건 분명히 동생이 태어났을 때 어머니께 배운 것 같다……

내가 지독하게 싫은 예감을 느끼자 안고 있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눈동자에 비치고 있는 것은

아기였다.

아무리 봐도, 몇 번을 봐도 갓 태어난 아기였다.

그 아기는 새하얀 머리와 여성의 그것과 비슷한 파란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고, 멍한 표정으로 이쪽을 되돌아보고 있었다.

잠시 동안, 나는 그 갓난아기와 마주본다.

"…………"

내가 눈꺼풀을 깜빡깜빡 움직였더니 아기도 눈을 떴다. 내가 쥐고 있던 손을 힘겹게 벌리자, 그 아기도 어색하게 작은 손을 열어 보였다.

…………………………………………

"바부브아유아(이게 뭐야아아아아아아아)!?"

나도 모르게 아기 말로 절규하는 나.

"어머어머! 기운차네~"

……아니, 그 반응은 이상하잖아… 

순간적으로 원기 느긋한 느낌을 주는 여성에게 나는 딴쭉을 걸며 정신을 잃은 것이었다.


"~~~~~~♪"

금발의 여성이 나를 껴안고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연주하고 있다. 기분 좋은 리듬에 깜빡 졸릴 것 같다. 들어본 적 없는 노래지만 어렴풋이 뭔지 알겠다.이것은 자장가이다. 


역시, 이 노랫소리도 그렇고, 감촉도 그렇고, 꿈이나 환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나는 살아있고, 어찌 된 영문인지 갓난아기가 되어 버렸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 후부터 마음을 놓았으면서도 계속 생각한 결과다. 그렇다면 이른바 전생했다는 말인가. '윤회전생' 그런 말이 있지만, 설마 나 자신이 경험하게 될 줄이야.

아니, 인격이나 기억을 보관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개념으로서는 기독교의 "부활"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아직 확정된것은 아니지만 곤충같은 것으로 전생하지 않은 것에 감사드려야 할지……

어쨌든, 이유를 알 수 없는 전개는 틀림없다. 나는 주위를 좀 더 관찰해 보기로 했다.

우선 내가 있는 것은 전체적으로 하얗고 통일된 청결한 방으로 상당히 넓었다.내가 예전에 쓰던 방의 몇 배는 되었다. 가운데 큰 침대가 진좌하고 있었고, 그 주위를 나무 울타리가 둘러싸고 있었다. 어쩐지 본 적이 있다 싶었다.이는 아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고안된 아기 침대다. 아무래도 특별 주문품인것 같던데.

그 외에는 침대가 하나 더 있고 옷장과 수납장따위가 놓여 있었다. 모두 고급스러워 보인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마당에 큰 화단이 있고 화려한 꽃들이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원래 꽃을 잘 아는 편은 아니지만, 어느 하나 본 적이 없는 것 뿐이다.

더 멀리 눈을 돌리자 희미하게나마 담과 같은 것이 보였다. 만약 저것이 집을 에워싼 담이라고 한다면 꽤 넓은 정원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방에 있는 가구까지 고려한다면 상당한 자산가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상한 점이 몇 개.

나는 이 여자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고, 멀리 경치가 뚜렿하게 보인다. 모두 갓난아기로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원래 이곳은 지구일까 하고 나는 불안해졌다.

언제였던가, 친구의 시로때문에 이세계에의 문을 여는 등의 괴이한 의식에 참여했지만, 그것이 원인으로 이상한 곳에 날린 것은 아닌지 진심으로 의심해 버릴 정도였다.

……뭐, 더 생각해도 어쩔 수 없나.

여기가 다른 세계이건만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어차피 전생까지 한 나다. 어지간해서는 놀라지 않는다. 하지만 문득 유우와 시로가 머리에 떠오른다. 그 두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당연히 모르겠어.

나는 한번 죽은 것 같지만, 유우와 시로는 악운이 강해서 무사할 듯도 하다.

그렇게 무리하게 생각에 빠져 있으면,

"--실례하겠습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방에 들어온 것이었다.

"어머나, 빨랐네."

여성이 그쪽으로 몸을 돌리자 자연스럽게 내 시야에도 새로운 인물의 모습이 들어왔다.

……메이드?

그래 그곳에 있던건 메이드 옷을 입은 여자였던 것이다.

나이의 시절은 나를 안고 있는 여성과 거의 비슷하겠지. 윤기 있는 검은 머리키릭를 등에서 묶고 있다. 앞머리가 가지런히 잘 다듬어져 있어 매우 성실해 보이고 이쪽도 꽤 미인이었다.


그 메이드는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고급스런 천을 사용한 메이드복을 착용하고 있고, 그 태도은 세련되어, 몸짓 하나 하나가 절도 있었다.

진짜를 본 적은 없지만, 이것이, The Real Maid같은 메이드씨였다. 분위기가 짭메이드와 전혀 다른 것이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이 또한 본 적없는 매끄럽고 우아한 예를 갖춘 메이드 씨.

사모님이라 불리는 것은 역시 금발여성은 이 집의 주인이고, 나아가 내 어머니란 말인가.

그렇다면 기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한 기분이 든다.


"아이린. 우리끼리 있을 때는 예전처럼 제 이름을 부르라고 했죠?"


금발의 여성이 삐지듯 말하자 이름이 아이린인 것같은 메이드 양은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마리아님."
"응, 좋아!" 

만족스러워 하는 금발 여성. 그 모습에서 볼 수 있듯 메이드씨에게 마음을 허락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평범한 사용인이 아닐지도 몰라.

……마리아. 그래, 이 여자 이름은 마리아란 거야?


동시에 나는 어딘가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마도 어머니인 이 여인의 자애로운 미소와 외모는 그야말로 성모라고 불릴 만하다. 

"이제 일은 끝났어?"
"네, 지체 없이.그 정도의 일은 그녀들끼리 끝내지 않으면 곤란합니다만."
"후후, 다들 네게 의지하는 거야.그리고 나도 오랜만에 소라짱을 돌볼 수 있어서 좋았어"

나를 흔들흔들 흔들면서 마리아가 기쁜 듯이 말했다.

……sora? 그게 혹시 내이름인가?

그렇다고 한다면, 정말 일본어같은 이름이구나 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바튼씨의 손자는 어때? 지난 주부터 수습로서 열심히 일하고 있죠?"

"지너스는 습득이 빨라서 요령도 나쁘지 않아요. 장래가 유망하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좀 더 어엿한 집사가 되어 집사장의 뒤를 잇기엔 아직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만"
"어쩔 수 없지.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그것보다 아이린은 그를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냐 하심은?"
"우후후. 얼마전에 오랜만에 만났는데 꽤 잘생겼잖아. 거기다 그 애, 너를 동경하는 것 같으니까."
"……그는 아직 어린애인데다 나이차이도 납니다. 그런 대상이 아닙니다."
"앞으로 몇 년만 더 있으면 잘 어울릴 거예요. 나이 차도 그닥 크지 않고요.나는 좋은 인연이 있어서 결혼도 하고 소라도 낳았지만, 아이린도 이제 연애정도는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계속 말하는 마리아에게 아이린은 주눅이 들었다.


……왠지 갑자기 여자이야기같아졌어.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에 나는 조금 기분이 나빠진다. 그렇다고는 해도, 두사람 모두 나이로 따지면 대학생 정도이므로, 그런 대화를 하고 있어도 전혀 부자연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분명히 이 사람 재미있어 하는 거지.

나는 문득 마리아의 얼굴을 아래에서 바라본다. 얼핏보면 아이린을 걱정하는 눈인데 그 눈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는 것이다.전혀 설득력이 없다. 잠시 그들의 얘기를 내가 듣는 둥 마는 둥하다가 하반신에 급격한 압박감이 엄습했다.

……아, 이거……

나는 마음속으로 괴로운 목소리를 낸다. 이른바 생리현상이란 것이다. 하지만 난 참고 또 참았다.

갓난아이니까 이대로 기저귀에라도 싸면 되겠지만, 얼마 전까지 남자 고등학생이었던 나에게는 수치스러울 뿐이었다.

게다가 예쁜 여자가 두 명이나 앞에 있다는 저항감도 있다.

"아우……우……" "어머? 소라야?"

하지만, 전혀 억제하지 못하여 목소리가 새어 나와, 두사람이 나의 이변을 눈치채고 말았다.

"왜그래? 소라야?" 

마리아가 묻는다.

나는 초조하게 몸을 움츠렸지만 그게 나빴던 건지, 그냥 한순간도 버티지 못하고 한순간에 끝나버린 것이었다.

"……하흐우~~"

묘한 개방감과 함께.

……아, 해버렸다……

내가 동시에 허탈한 기분을 맛보며 속으로 침울해 있자,

"마리아님."

아이린이 솜씨 좋게 갈아입힐 기저귀를 꺼내 들고 온 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하기 전부터 예측하고 준비에 들어갔던 것 같아.

"소라야, 열심히 했네~ 그럼 엉덩이를 깨끗이 닦고 기저귀를 갈아야죠~, 그대로라면 기분이 안 좋지?"

마리아의 말에 난 마음속으로 비명을 지른다. ……잠깐, 기다려!!


필사적으로 입을 열려고 하지만, "아우아으"라는 말만 나오고, 마리아는 "알아, 소라야"이라는 듯 미소 지으며 기저귀를 떼는 것이었다.

옆을 보니 아이린이 어느새 뜨거운 물이 담긴 통과 수건을 챙겼다. 그리고 몇초뒤에--

"……………"

결국 내 하반신을 닦았다.

아이린이 뜨거운 물에 담근 수건으로 부드럽게 닦아주지만 반쯤 마음을 놓은 상태이다. 단지, 어딘가 기분 좋게 느끼고 있는 자신도 있었다. 뭔가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 버릴 것 같다. 그대로 내가 복잡한 기분으로 멍하니 있으자, ……?뭐지?


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제정신으로 돌아오다. 무엇인가, 익숙한, 어떤 것이 없는 듯한 기묘한 감각.

두려워하는 내가 하반신에 눈을 돌리자. 거기에는, 어떤 남자의 상징이 없어지고 있었던 것이다.깔끔하다.


나는 절규한다. 전생만 해도 충격적인데 성별까지 바뀐 것이다. 방금 전까지, 더 이상 놀랄 것은 없다고 큰소리치던 자신을 꾸짖어 주고 싶을 정도다. 그러자, 마지막까지 친절하고 정중하게 닦아준 아이린이 손을 멈추고,

"--이뻐졌어요.소라 아가님"


막타같은 한마디를 한 것이었다.


"……바부우으……(크흐흑…!)"

치명타를 먹은 나는 갑자기 힘이 빠졌다.

"아, 아가님?"
"어머, 소라.잘 시간이구나.잘 자렴."

내 모습을 보고 당황하는 아이린과 어디까지나 태평스러운 마리아.

……그러니까, 그 리액션은 이상하다고…… 나는 마지막으로 딴죽을 넣으면서 이번이야말로 기절하는 것이었다.

※※※

내가 여자아이가 되었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눈을 뜨면 원래대로 돌아왔을 것이라고 실낱같은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갓난아기 그대로 다른 사람들이 돌보는 몸이다. 다만 최근 며칠 사이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첫째로 내가 전생한 장소는 에델베르크 가문이라고 하는 것 같고, 나는 그곳의 장녀에 해당되는 것 같다. 내 얼굴을 보고 온 듯한 손님들의 대화로 통하면 아무래도 상당한 명문인 것 같다고 짐작이 갔다.

둘째, 이 세계가 지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번이지만 모 마리아가 치유술이라는 마법 같은 힘을 보여준 것이다.처음엔 입이 벌어질 정도로 놀란 것이다. 관찰하는 한 문명 수준은 중세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 불가사의한 힘이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건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가족 구성이다. 나 말고도 엄마인 마리아, 아버지인 토머스, 그리고 할아버지이자 당주인 윌리엄과 할머니 웬디가 있는 것 같다.

어머니는 당주 부부의 유일한 딸로, 아무래도 우수한 힘을 가진 사람 같다. 성격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할아버지는 엄격이란 단어를 그린 듯한 분이었지만 가끔 방으로 찾아왔을 때는 눈꼬리가 부드러워 졌다.엄숙한 사람이지만 역시 손자는 귀여울 것이다.

외할머니는 아주 드물게 얼굴을 비쳤는데 정말 할머니?라고 난 의심하셨을 정도다. 마리아의 나이에 비춰볼 때 적어도 40살 가까이 걸렸을 텐데, 자매인 듯이 젊었던 것이다. 게다가, 개 스타일이 좋은 용모가 더욱 좋았다. 외국인 모델인가 하고 헷갈릴 정도다.

애초에 분위기를 보면 카리스마적인 오라가 나와 나는 긴장했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소탈하고 장난기 넘치는 눈동자가 인상에 남는다.


그리고 사위인 듯한 아버지는


"아~! 소라는 언제 봐도 귀여워!"


내 볼에 자기 뺨을 비빈다. 확실하게 말해서 짜증나니까 그만 두길 바라. 마리아보다 좀 나이 많은 아버지를 한 마디로 하면 '미덥지 않은 다정한 남자'이라고 하는 게 마땅했다. 외모가 나름대로 잘 생겼지만 어딘가 허약한 미소를 띠며 자신감이 넘치는 할머니와는 정반대다. 다만, 그 눈동자는 마리아 못지않게 상냥하고, 어딘가 사려 깊은 빛을 남기고 있었다.


"정말 천사인 것 같아!"

지금은 그저 딸바보였지만.

토마스는 늘 그렇듯 내 얼굴을 바라보면 표정이 허물어지고 옆에 있는 아내와 함께 미소짓는다.


"이 예쁜 눈동자와도 마리아를 꼭 닮았네"
"우후우. 귀가 당신 닮았다고 생각하는데요?"

내 눈앞에서 장난치는 부부 한 쌍. 이 두 사람은 사사건건 자신들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다. 아직 신혼이라니 어쩔 수 없지만.

"……두 분 다 슬슬 일하러 가는 게 좋지않겠습니까 합니다만"

뒤에서 나와 마찬가지로 어이없게 바라보던 아이린이 말을 건다.

"어머? 벌써 그럴 시간인가?"
"소라의 얼굴을 보면 시간따위 잊어버리지~"

아쉬운 부부. 직종은 몰라도 이 두 사람은 각자 바쁜 일을 하고 있고, 잠시 빈 시간을 이용해 내게 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평소엔 아이린이 나를 돌보고 있다.

"……어쩔수 없잖아. 내가 쉬면 환자가 곤란하니……"
"나, 나는 뭐 오늘 하루정도는 쉬어도……!"

……아니, 일하러 가야지. 반사적으로 내가 쿡쿡 찌르자 아이린이 한 걸음도 앞으로 나오면서 입을 열었다.


"일·하·러·가·주·세·요"
"네……"

박력 있는 미소로 그렇게 말하니, 토마스는 추욱 늘어진 것이었다. 어째선지 등에 애수를 품고 떠나는 부부.

"자, 자, 소라 아가님. 조용해졌으니, 슬슬 쉬어요."

내 담요를 새로 덮어 씌우며 다정하게 웃는 아이린을 바라보며, 그녀야말로 이 집에서 가장 의지되는 사람이라고 인식한 것이었다.

※※※

내가 이세상에 환생한지 4년이 지났다. 처음 1년간은 뜻밖의 일이 닥쳐 그야말로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에 빠졌지만 간신히 연명하는 데 성공했다. 그만큼 가족에게 걱정을 끼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태어난지 1년뒤에 여동생이 태어났다. 엄마를 닮은 금발 벽안의 사랑스러운 여자아이로 '마리나'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동생은 확실히 건강해서, 그 애교 있는 성격등, 곧바로 가족의 아이돌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전에 나는 많은 지식을 쌓아갔다. 바로 그 불가사의한 힘인 마도와 독자적으로 발달한 마도기술에 대해서 말이다. 자신이 나고 자란 나라를 엘리미아라고 하는, 그 수도인 엘시온에 친가가 있다는 것. 국내에서도 굴지의 명가였던 에델베르크 가문에 대해서 등, 세계를 조금씩 알아 갔다.

지난 4년간 그야말로 당황스러웠지만 새로운 세계와 가족들에게 적응하고 적응해 나갔다고 생각한다.  가족과 사용자 모두 친절한 사람뿐이고, 더 나아가 귀여운 여동생도 챙겨주고 더 이상 없는 복 받은 환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세상에서 외톨이라는 감각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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