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없는 고아

유행병, 홍역에 걸려 사경을 헤맸다.

연령불명

용모: 흑발, 흑안

★로나 리스

리스 백작가 아씨

용모 금발인 자연 곱슬 머리와 자주빛 눈동자


여동생은 여성향 미연시라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나도 게임은 좋아하기에 취직할 때까지 지내던 친가에서는 가끔 여동생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바라본 적이 있다.

아니~ 가족 모이는 거실에서 하지 말라고, 라고 생각하지 않을 리가 없다.

허나 요즘 여성향 미연시라는 것은 휴대용 게임기로도 가능한 듯하다.

여동생이 갑자기 분개하던 그 장면을 보자 상당히 미인인 아씨가 비췄다.

그녀는 주인공의 라이벌로 악역영애로 불리는 유형의 캐릭터라던가 뭐라던가.

놀랍게도 요즘 여성향 미연시에는 그런 게 있는 걸까.

내가 학생일 때에 하던 미연시에는 라이벌역같은 건 없었는데.

난도가 올랐구나~

한가하게 그런 생각을 했지만 그 냉담한 미모를 지닌 미소녀는 의외로 내 취향에 딱 들어맞았기에 여동생이 포기하던 쯤에 빌려 플레이함을 기억한다.

생애 첫 여성향 미연시.

허나 슬프게도 악역영애 라이벌 캐릭터의 엔딩따위 여성향 미연시에는 없는 듯했다.

인터넷으로 공략 사이트를 뒤져봤지만 그녀와 친밀해지는 루트는 없다.

매우 아쉬워하며 노멀엔딩을 보고 여동생에게 그 게임을 돌려줬다.

감상을 물었기에 '라이벌역의 아이를 함락시키고 싶었어'라고 솔직하게 말하자 진지한 얼굴로 '어 오빠, 극M이야?'라는 말을 받아 버렸다.

확실히 용모대로 발언도 냉담하여 살짝 날카로운 느낌이었지만... 주인공의 수치를 따지면 지적하는 게 당연하지, 라고 생각할 뿐인 듯한...

"그럴지도"

뭐 그것도 옛날 이야기다.

취직하고 나서 혼자서 해외여행이 취미가 된 나는 멀리 떨어진 해외에서 한 달 전부터 여동생이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부모님에게 들었다.

어째서 한 달이나 아무 말이 없던 거야!

분개하며 바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탔다.

허나 나는 그 비행기로 일본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었다.

부모님에게는 매우 면목이 없다.

딸이 행방불명... 다음으로 아들은 비행기사고로 화해도 못한 채 영원한 이별을.

아... 미안. 아빠, 엄마

"......"

라는 기억을 어두컴컴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떠올렸다.

나는 '태어나기 전', 외자계기업에 취직하여 승승장구하는 인생을 즐기던 그럭저럭 우수한 25살인 직장인이었다고...

열때문에 몽롱하다.

그렇다, 그게 '나'였을 터.

허나 지금은 어떤가?

부모의 얼굴도 모른 채 세상물정이 보일 쯤에는 슬럼가 구석에서 같은 슬럼가 아저씨나 아줌마의 정으로 목숨을 부지하며 정신을 차리니 유행병으로 사경을 헤맨다.

응, 이것 또한 '나'다.

아... 뜨거워... 눈 앞이 어지럽다.

나는 또 죽는 것일까?

이런 10년도 안 산 아이인데...

"정신 차렸구나"

"너는..."

여전히 일그러진 시계.

그래도 간신히 램프를 든 소녀의 얼굴을 올려다 봤다.

나이 차가 없을 듯한 어린 소녀는 램프를 옆에 놓고 내 머리에 올려진 미지근한 천을 들었다.

축축한 냉수에 천을 넣고 짜서 내 머리에 올려 줬다.

아... 시원해서 기분좋아...

"마시렴. 해열 약탕이예요"

"......"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겠다만 머리가 부드러운 허벅지에 올려지고 열린 입으로 따듯한 것이 흘러 들어온다.

상당히 목이 말랐는지 그 때 처음으로 습해짐을 느꼈다.

허나, 큭, 케에엑...

쓰지만 목마름은 못 이긴다.

"바로 약이 듣는구나. 이제 괜찮아"

"......"

금빛 머리와 자주빛 눈동자를 지닌 미소녀는 어딘가 본 기억이 있는 듯한데...

하지만 이런 유녀(幼女)인 지인은 없을 터다.

옷차림도 꽤 좋아 보이고...

안 되겠어, 눈을 뜰 수가 없어.

그녀가 일어서 옆에 있던 누군가에게도 똑같이 이마의 천을 바꾼다.

눈을 감아서 청각이 민감해진 탓인가 주위에 신음소리가 많이 나는 것을 알아차렸다.

여긴 어디지?

나는......

이 나라 '웬디르'는 지금 홍역이라는 병이 유행하고 있다.

남쪽의 대국에서 왔다는 그 병은 이름대로 몸에 붉은 반점과 고열이 나며 최악으로 죽음에 이른다.

특효약은 없어 해열 약초가 유일한 치료법.

그리고 고아이며 슬럼가에서 풀죽을 먹으며 살던 나도 예외가 아니어 그 병에 걸렸다.

여기까지는 기억하는데...

"쓰겠지만 마시렴. 해열 약탕이예요"

"가,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눈을 감고도 그런 목소리가 들린다.

그 유녀의 목소리와 기진맥진한... 나와 같은 슬럼에 사는 아저씨의 목소리다.

가끔 빵을 나눠 주는 서글서글한 아저씨의 목소리...

해열 약초같은 건 귀족이 매점해서 우리같은 하층민까지 돌아올리 없지 않...

그런 생각을 마지막으로 내 의식은 또 몽롱해졌다.

그리고 얼마나 잤는지... 다음에 눈을 떴을 때는 석재 건물에 햇빛이 꽂히며 거리가 왁자지껄할 때쯤......

"으, 으응..."

멍한 채로 안 돌아가는 머리를 쥐어잡고 상반신을 일으킨다.

몸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열은 내려가고 회복한 건가.

'그 여자아이 덕인가...'

약탕을 먹이려 돌아다니던 어린 나이팅게일.

주위를 둘려다 보자 헌 천의 위에 거의 틈도 없이 뉘어진 사람들.

모두를 얼굴을 본 적이 있다.

슬럼가 주민들이야.

이마에 하얀 천 조각이 올려지고, 신음하는 사람, 편안한 숨을 쉬는 사람, 깊은 잠으로 미동도 하지 않는 사람...

머리맡에 좁은 통로를 흰옷을 입은 남녀 몇명이 걸으며 환자를 간호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슬럼가의 사람이다.

나라의 가장 아래 사람. 쓰레기의 쓰레기.

어찌하여 이런 우리가 보기에 의사인 사람에게 치료를 받고 있는 거지?

흰옷을 입은 한 사내가 일어난 날 알아챈 듯 다가온다.

입을 벌려달라 해서 벌렸더니 '응, 입 안의 반점도 사라졌군'이라며 마스크 너머로도 알 수 있는 웃음을 띄었다.

"저기, 여기는?"

"아~ 여기는 리스 백작가가 설치한 임시 치료소란다. 리스백작은 알고 있니?"

"아, 아뇨..."

"센트럴의 백작가야. 리스 백작은 농장 외에도 약초원을 경영하고 계셔서 말이지 이번 유행병으로 약초원을 개방되어서 해열 약초를 대량으로 내려 주셨단다. 덕분에 센트럴 만이 아니라 너희같은 몸을 맡길 곳 없는 사람들의 치료도 사용할 수 있게 된 거란다. 뭐, 가장 대단한 건 리스 백작가 아씨가 굳이 여기까지 발걸음을 옮긴 것이지만"

"리스 백작가 아씨?"

저 분이야, 라며 의사가 출구로 얼굴을 돌린다.

밖에서는 밥을 나누어 주고 있어서 거기에서는 어제 밤의 금발 유녀가 서 있었다.

자주빛 케이프와 따듯해 보이는 핑크 빛 코트.

뒷모습만으로도 단정한 자세다.

슬럼가 가난한 쓰레기같은 아랫사람들에게는 모두 밥줄을 섰다.

그런 냄새나는 녀석들을 앞에 두고 안색 하나 안 바뀌었다, 그 아이가... 귀족 아씨?

말도 안돼, 그런 것이 가능한가?

귀족이란 것은 거들먹거리며 평민을 깔보며 비싼 밥을 우걱우걱 먹는 것밖에 뇌에 없는 녀석들 아닌가?

"식욕이 있다면 가져와 줄께. 먹으면 더 빨리 좋아질 것이야"

"아, 에, 예..."

의사 선생이 흥겨운 듯이 말해서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 간이 석조 임시 치료소를 만든 것도 센트럴의 의사를 모아 의사단을 구성하여 여기에 파견해 준 것도 리스 백작가였다는 것같다.

홍역이 유행하고 나서 방자하고 자신밖에 머리에 없는 귀족 녀석들에게 잡혔던 의사들이 활기찼던 것은 그 녀석들에게 해방되었으니까.

해방되어서 의사로서 많은 사람을 구하여 만족을 얻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센트럴 귀족이나 왕족의 민심 달래기겠지, 라고 비꼬는 녀석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리스 백작가에게 감사했다.

나 또한 그렇다.

리스 백작가 아씨는 내 몸에 있던 반점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홍역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몸소 약탕을 먹이거나 머리 위의 천을 바꿔주었으니까.

그런 것은 백작가 아씨가 할 일이 아니리라.

그것도 저런 유녀가!

"저시! 저도 돕게 해주세요"

"...그럼 밥을 짓는데 사용할 장작을 패는 것을 도와주세요. 그것이 끝나면 물독에 우물가에서 물을 길어 채워줘"

"예!"

깔끔히 몸 상태도 회복했을 쯤 나는 그녀에게 뜻을 정하고 도울 수 있게 해달라 요청했다.

그녀는 무표정이었지만 정확하게 지시를 내린다.

나이팅게일보다는 그야말로 사령탑이구나 이 유녀.

분주하던 치료소가 폐쇄할 때까지 그녀는 그곳에 체류하며 나도 계속 도왔다.

괴로워하는 사람이 나아감을 봄은 기쁘다.

가능하다면 나도 의사를 지망해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돕는 일에 빠져들었다.

"그러고 보니 당신, 이름은 뭐니?"

치료소 폐쇄가 정해진 날의 밤, 아씨가 그리 묻자 입을 닫았다.

내게는 이름이라 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전생의 이름이라면 떠올릴 수 있지만 이 세계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색하다.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인 내게 '이름이 없는 것일까'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씨.

"아, 예. 부모의 얼굴도... 모릅니다. 정신을 차리자 여기에 있어서..."

"그래, 그럼 빈센트라고 부를께"

"예?"

"흔해빠진 이름이지만 당신은 아주 잘 일하고 말도 정중해. 우리 집 사용인으로서 일해 볼 생각은 없니? 앞으로 이 주변 건물을 부수고 약초원과 농원을 넓히게 되었어. 이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여기서 일하게 할 생각이야. 그러니까 사람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해. 나 또한 바쁘고. 돕는 것을 좋아한다면 내게 앞으로도 따라오는 것은 어떤지"

"아, 예... 예! 기꺼히 따르겠어요!"

그녀는 전혀 안 웃는다.

안 웃지만 그녀의 말에는 빛으로 가득찼다.

나는 이름을 받고 일을 받고 있을 곳을 받을 수 있었다.

슬럼가의 쓰레기장은 리스 백자가로 인해 개척되어 일자리도 하루 먹을 밥도 없던 사람들은 그 약초원이나 농원에 고용되어 숙사에서 따듯한 침상과 세끼 밥을 손에 넣게 된다.

로나 리스.

내 인생을 바꾸고 내려준 사람.

이것들 전부는 그녀가 불과 6살에 이뤄낸 실적이다.


우리 아씨가 파멸 엔딩밖에 없는 악역영애같기에 내가 구제하고 싶다 생각합니다:유소년기편 분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