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시 맛있는 냄새가 콧구멍에 침입해 왔다.

"으응……?"

멍한 머리로 눈을 뜨자 창 밖이 밝았다. 그것도 아침해같은 분위기가 아닌 분명하게 남쪽으로 해가 들어왔음을 알 수 있게 밝았다.

"지금 몇시지……"

흐릿한 눈을 부디부디 손으로 비비고 왼손목에 풀지 않은 채였던 시계를 본다.

"으악, 벌써 오후 2시냐……"

눈살을 찌푸리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몇시에 집에 돌아왔는 지조차 기억못한다만 자신의 모습은 보기에는 집에 들어온 후에 옷도 안 갈아있고 꿈 속으로 떨어진 것같다. 오늘이 휴일이여서 다행이다. 출근하는 날이었으면 늦잠을 잤다 정도의 소란으로 안끝났다.

그런데…… 아까부터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는 뭐지. 냄새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기 시야 안에 돌연히.

여고생이 나타났다.

갑작스런 사건에 뇌가 얼었다. 시야 한 가운데에 인왕립한 여고생은 내 눈을 쭉 보더니 한 손을 올렸다.

"잘잤어"
"너 뭐야!!"

침대에서 뛰며 큰 소리를 내자 여고생은 멀뚱히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너 뭐야'라고 말해도…… 여고생일뿐인지라"
"어째서 JK가 우리 집에!"

여고생은 쓴웃음지었다.

"재워달라 했는데 재워주었잖아"
"누가 재워주겠다고 말했다고?"
"아저씨가"
"난 아저씨아냐"

이번에는 실소했다.

"아니 아저씨잖아. 웃겨"
"안 웃겨. 아니 그보다 이 냄새는 뭐야. 너 뭐 만드는 거야"

거실과 부엌 사이에 서있는 여고생을 밀치자 가스레인지 위에 있는 냄비에서 온기가 나온다. 뚜껑을 열어 내용물을 보자 거기에는 된장국이 끓고 있었다.

"된장국……"
"만들었어"
"남의 집에서 멋대로 된장국 만들지 마"

내 말에 여고생은 한숨을 쉬었따.

"뭐야, 그 한숨은 뭐냐"
"아저씨가 만들어 달라 했잖아"
"아저씨아니라니까"

'이런이런'이라며 어깨를 으쓱이더니 여고생 말투가 쌔졌다.

"아저씨가 아니라면 뭐야. 뭐라 부르면 돼?"
"뭐라부르든 됐으니까 우선 나가"

어떻게 저렇게 당당하게 남 집에 들어와 있는 거야. 거기다 허가없이 된장국같은 걸 만들어대고 말이야.

"정말로 기억안나? 어젯밤에 전신주 아래에서 난처해 있는데 아저씨가 말걸었어"
"그러니까 아저씨가…… 전신주? 어젯밤?"

그 말을 들으니 어제 저녁 기억이 흐릿하게 뇌내에 떠오른다. 토하며 걸었다. 그건 기억난다. 그리고 집 근처에 있는 전신주 아래에……

"아, 검은색 팬티 입고 있던"
"무슨 그게 떠올린 방법이야. 최악인데"
"체육앉기하고 있던 JK잖아"
"그래"

점점 기억이 선명해진다. 앞뒤생각않고 하시모토와 술을 마셨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던 중에 이 녀석을 발견했다. 그 뒤에…… 그 뒤에 뭔가 했다는 건가. 여고생을 줍고난 뒤 기억이 정말로 없다. 뻘뻘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나 너 덮치지는 않았겠지"

내 물음에 여고생은 진지한 얼굴로 이쪽을 볼 뿐이다. 답이 없다. 뚝뚝 땀이 분비됨을 느꼈다. 어제 저녁에는 내 인생에서 가장 취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취해있었고 무엇보다도 자포자기하게 되었다. 뭘해도 이상하지 않다.

"어이…… 무슨 말 좀 해봐"

식은 땀을 쩔쩔 흘리며 내가 말하자 여고생은 풉, 숨을 뱉고 얼굴이 풀렸다.

"아하하, 아무 것도 안했어"
"지금 그 간격은 뭐야! 식은땀 흘렀잖아!" "놀리고 싶어져서 흐흐"

우스꽝스럽다는 듯이 어깨가 들썩이며 여고생은 말을 이었다.

"아니 그게 말이야, 꽁으로 받는 건 그래서 나는 그럴 생각이었는데 말이지? 하지만 아저씨가 '꼬맹이랑은 안해'라고 계속 말해서 말이야"
"정말이냐"

잘 했어, 어제의 나. 흐름에 몸을 맡겨 여공생에게 손을 댔다간 지금 쯤 어제의 나를 오늘의 내가 곤죽으로 만들 뻔했다. 취했다 해도 그럭저럭 분별력은 남아있던 것같다.

"그래서 뭔가 원하는 거 있어? 라고 물었더니 말이야"

여고생이 거기서 말을 끊고 풉, 하고 한번 실소했다.

" '매일 된장국을 만들어 줬음 좋겠어'라고"
"그건 프로포즈잖아!"

단언하지만 그런 말은 아무리 취해도 나는 안한다. 여고생은 우습다는 듯이 큭큭, 웃고 있었다. 완전히 놀리고 있다.

"아저씨말이지~"
"아저씨아니라고"
"이름 뭐야?"
"요시다야…"

여고생은 흐~음, 목소리를 내며

"요시다씨……응, 쫙 달라붙네"
"그게 뭐야"
"요시다씨라는 느낌을 주는 얼굴이란 거지"

요시다씨란 느낌을 주는 얼굴, 같은 말은 처음 들었다. 여고생 특유 감성이라는 걸까. 솔직하게 종잡을 수 있을 것같지가 않다.

"내 이름은 안 물어봐?"
"그닥 안 궁금한데"
"에~ 물어줘"

완전히 여고생이 대화를 주도한다. 하지만 확실히 뇌내에서 '여고생'이라 계속 부르는 것도 지치니 이름정도 물어봐도 괜찮을 것같다.

"그럼, 뭐라 하는데"

내가 묻자 만족한 듯이 끄덕거리고 여고생은 자신의 이름을 댔다.

"사유야"
"사유라"
"한자는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의 사(沙)에 다정하다(優しい)의 유(優)라고 써"
"한자를 예로 들 때 비사문천왕을 드는 건 처음이네"

사유는 헤헤 웃으며 냄비에서 국자로 된장국을 펐다. 그리고 어디서 멋대로 꺼낸 그릇에 담았다.

"야, 너 언제까지 있을 생각이야"
"음~"

말을 걸자 사유는 된장국을 든 그릇을 내게 슥 내밀었다.

"뭐어 우선 된장국 먹어. 이야기는 그 다음에"
"어째서 너가 결론을 내는 거야"

내가 대답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내 배가 꼬르륵 울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먹은 것은 모두 토해내 버렸다. 그리고 점심이 지날 때까지 자고있었으니 배도 당연히 비었겠지.

내 뱃소리를 듣고 사유는 방긋방긋 입꼬리가 올랐다.

"안먹을 거야?" "먹을께……"

나는 마지못해 사유에게 그릇을 받았다. 역시 그래도 '나는 먹을테니 얼릉 돌아가'라고는 말 못했다.


수염을 깎다. 그리고 여고생을 줍다 분류가 없습니다